돌아가신 우리 어머님은 꽃을 무척 좋아하셨다. 그래서일까? 연중 꽃들이 가장 화사하게 피는 5월에 하늘나라로 가셨고 며칠 후엔 1주기가 된다.
6.25 동란과 1.4후퇴 후 다시 서울이 수복되어 돌아왔을 때 우리 동네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되어있어 들어가 살 만한 집들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기적같이 우리 집은 피해를 안입고 벽에 총탄 구멍만 여러개 뚫려있을 뿐이었다.
현관 옆에 있던 향나무, 담을 대신했던 측백나무와 개나리 울타리도 그대로 있었고, 딸기밭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기왓장 사이로 하얀 딸기꽃도 피어있었다. 그러나 집을 빙 둘러가며 어머님이 그렇게도 애지중지 키우시던 그 종류도 다양하던 꽃나무들은 날아온 벽돌 조각, 기왓장, 잡초들 속에서 대부분 죽어있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재빠른 손길과 정성으로 우리집 화단과 조그만 텃밭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벌, 나비가 날아다니게 되었다.
길을 가시다가도 다 부수어진 어느 집 마당에 돌틈 사이로 빼꼼이 줄기가 구부러져 피어있는 꽃을 보시면 조심스레 캐다 키우시곤 하던 어머니는 비참하다 못해 무섭기까지 한 동네에 그렇게 해서 한집 두집 꽃을 심게하고 희망을 심게 해주셨다.
어머니의 책 갈피갈피에는 우리집 화단의 모든 꽃잎이 예쁘게 눌려져 있어 창호지를 새로 바꾸는 가을이 되면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나누어 주시던 것 또한 한 행사였다.
여든이 넘으셨어도 늘 소녀처럼 고우시던 어머니가 지금도 꽃잎들 속에서 웃으시는 듯하다. 장례 때처럼 올 기일에도 산소를 꽃으로 빙둘러 드려야겠다. 꽃의 계절 5월에 하늘나라에 가신 어머니는 역시 하느님 사랑을 듬뿍 받으신 것 같다.
주님, 어머님의 영혼이 당신나라 꽃밭에서 영복을 누리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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