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는 매년 5월 마지막 주일을 생명의 날로 정해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날로 죽음의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우리 사회 안에서 생명의 보루가 될 것을 다짐한다. 생명 수호는 교회의 가장 근본적인 소명 중의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들어서 한국교회의 생명 수호 노력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특히 주교회의를 중심으로 한국교회 전체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생명 수호 노력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것은 오히려 그만큼 우리 사회 안에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 도전받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생명운동이 교회 지도층의 선도적인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가톨릭교회의 특성상 교회 안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일들이 하향식으로 이뤄진다. 그것은 일사불란한 조직력과 체계적인 전망 속에서 이뤄짐에 따라 막강한 추진력을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까지의 교회 생명운동 역시 주교회의, 주교단을 중심으로 하는 교회 지도층의 의지와 노력이 주도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의 생명운동이 실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인 추세와 세속적 사고방식, 물질주의와 쾌락주의로 이어지는 가치관의 변화라는 요인들을 고려한다고 해도 사실상 교회의 생명운동은 사회 전반의 생명에 대한 인식과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오늘날 신자들의 생명에 대한 인식과 실천이 일반인들과 다를바 없다는 것이 여러 조사를 통해서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러한 시점에서 관건은 본당이다. 최전방의 사목현장인 본당에서 생명운동이 불붙지 못한다면 교회의 생명운동은 설득력도 잃을 것이고 추진력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사목 현장에서 교육되고 실천되지 않는 운동은 대사회적인 영향력을 갖지 못할 것이고, 이는 곧바로 반생명적인 국가 정책의 입안을 가만히 쳐다볼 수 밖에 없는 처지로 이어질 것이다.
이제 답은 본당에 있다. 신자들의 생명의식을 일깨울 교육이 철저하게 실시됨으로써 그것이 생활의 실천으로 이어져야 하고, 그러한 생명의 모범이 지역 사회에 확산돼야 한다. 본당에서 왕성하게 생명 교육을 실시하고 다양한 이벤트와 행사들을 통해서 생명의식을 고양하며, 생명 지향적인 삶의 자세를 다져야 한다. 생명운동의 현장은 바로 본당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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