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로운 형태의 가난한 사람들
역사 속에는 항상 가난한 사람들이 존재해왔고, 시대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한국사회만 보더라도 6.25 이후까지 대부분의 국민이 절대빈곤 상태에서 비참하게 살았고, 공업화과정에서 농촌을 떠난 노동자 무리가 대도시 변두리에 살았다.
급속한 경제성장 후 현재 한국사회에는 50%가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실업자, 그리고 외국인노동자 등이 신빈곤층을 형성하고 있다.
2. 교회는 변화하는 한국사회를 따라가는가?
사회주의 사회가 몰락하면서 온 세상이 보수화되는 듯한 분위기가 한국사회를 사로잡는 듯 하였고 종교계도 그 분위기에 편승하는 가운데서도 국민들은 진보적 성향을 가진 대통령들을 뽑았고 이번 총선에서는 민주노동당이 제3당이 되었다. 사회는 빨리 변하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 특히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많은 사회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앞으로 정치를 통해서 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사회의 변화를 이끌었던 교회가 이제는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3. 가난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집중하는 교회 전통
농사를 짓고 살던 당시, 첨단산업을 일구던 카인과 목축업이라는 전통산업으로 어렵게 살아가던 아벨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해 성서는 끊임없이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특별히 사랑하시고 구원하시는 하느님을 들려준다.
예수 그리스도는 가난한 사람으로 태어나시고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서 주로 활동하셨다. 가난한 사람이 없도록 특별한 배려를 촉구하고 공동재산제를 운영하기도 한 초대교회는 물론이고 교부들은 열정을 가지고 가난한 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2000년 교회 역사의 전통은 각 시대마다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교회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성실했다는 인상을 역사 속에서 갖고 있다. 일찍이 밀가루 등 구제품을 제공하기도 하였고, 70∼80년대에는 가난한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을 위해서 활동했다. 붕괴되어가던 농촌에서 가톨릭농민회를 통해 사회보다 앞서 가면서 예언자적 활동을 수행했고, 노동자들을 위해서는 노동청년회를 통해서 선구적 역할을 다했으며, 도시빈민 문제에 대해서도 발빠르게 대처했다. 그런데 지금 심각한 상태로 치닫고 있는 이 땅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과거 들어보지 못한 신빈곤층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과거에는 가난하지만 해맑은 젊은 노동자들이 시골에서 올라와서 집단으로 도시 변두리에 자리잡고 희망을 갖고 살았지만 지금은 곳곳에 흩어져서 희망을 잃은 채 살아가거나 아예 목숨을 끊는 일이 많아졌다.
새로운 형태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교회는 다시 새롭고 과감하게 다가가야 한다. 과거 무슨 물건처럼 뒷방에 숨겨두고 살았던 장애자들도 이제는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회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교회는 지금 가난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다가가고 있는가? 교회는 더 큰 도전으로 다가오는 현대 사회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성실하게 응답하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4. 새로운 형태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새 복음화에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
가난의 문제는 인류가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가장 어려운 문제다. 그리고 교회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한 가난한 이들에게 접근하는 교회의 기본 정신과 사회의 자세가 같아서도 안 된다.
사회는 사회대로, 교회는 자신의 고유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교회가 할 일은 복음화이다. 복음화란 무엇인가? 예수께서 모범을 보여주셨듯이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이며 하느님의 자녀로 불리움을 받았음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인간을 모든 속박에서 해방시키는 것이며, 그리스도를 알고 만나도록 하는 것이다.
교회의 기본 전통이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임을 상기하고, 쉽지 않은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기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이 시대에 비참한 나자로가 부유한 교회 문 앞에 앉아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