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에 살고 있는 조카 혼인미사가 있어서 조카가 다니는 성당을 찾았다. 집안 어른들이며 친지들이 오랜만에 많이들 모여 반가워하고 안부를 나눴다. 친지들중 반은 신자고 반은 비신자이거나 타종교를 믿는 것 같았다. 시간이 되어 성당에 들어가 미사 시작을 기다렸다. 주례 신부님이 입장하셨다. 그런데 내심 「아니 저렇게 젊은 신부님이, 아니 저렇게 어린 신부님이」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좌신부님이 혼인미사를 주례하시는 것이었다.
뭔가 좀 민망했다. 물론 나이 많은 주임신부님이 집전하시거나 나이 어린 보좌신부님이 집전하시거나 다 똑같은 미사이겠지만 그래도 좀 나이가 지긋한 주임신부님이 집전해주시면 좋지않겠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신자가 아닌 친척들은 어떻게 이해할까? 특히 오랜 결혼생활의 체험을 통해 신혼부부에게 덕담을 건네는 주례사 즉 강론을 해야하는 젊은 신부님의 심정은 어떠할 것이며, 이를 바라보는 집안 어른들의 심사는 어떨까?
그러고 보니 장례미사에서도 종종 젊은 보좌신부님들이 주례하시는 모습을 본다. 대부분 오랜 인생의 마지막 이별을 고하는 무게 있는 시간에 인생경험이 일천한 보좌신부님들이 과연 유족들의 슬픔을 잘 위로하고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자는 믿음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인가? 물론 나이가 젊다고 무조건 안된다고 할수만은 없지만 그래도 뭔가 격에 맞지 않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주임신부님 혼자서 혼인미사나 장례미사를 모두 집전한다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혼인미사나 장례미사에 참석하는 비신자 혹은 타종교 신자들과 유족 혹은 친인척들이 기대하는 겪에 맞는 의식을 집전하기 위해서는 주임신부님들이 좀더 고생(?) 하시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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