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대학 동창을 오랜만에 만나 옛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한 일이 있었다. 생각도 꿈도 많았던 그 시절에 그 친구는 유난한 사색가였다. 복음서를 놓고 토론도 수없이 했다. 늘 결론은 「이웃사랑의 실천」으로 끝났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이웃사랑은 무엇인가? 우린 아주 게으르고 간단한 방법을 찾아(?)냈는데 그건 버스를 타면 누구나 앉기를 원한다는 것, 그러니 어떤 경우라도 자리를 양보하자는 것이었다. 왼손이 모르게 자리를 양보하는 방법은 버스를 제일 나중에 타는 것이라고. 그후 우린 젊은 날 동안 그 일을 열심히 실천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그 친구도 나도 고개를 흔들며 웃었다. 세월엔 장사 없다던가. 나이가 들면 으레 찾아오는 관절통으로 고생하는 그 친구는 몇 년 전부터 버스를 타면 앉을 자리만 보인단다. 나 역시 자신이 없어 눈감고 앉아있기 일쑤이다. 거의 하루종일 서서 지내도 다음 날 아침이면 산뜻하던 시절, 그 좋은 젊은 시절에나 할 수 있었던, 지금은 하고싶어도 못하는 「사랑의 실천」들을 나는 얼마나 많이 놓쳤던가.
『할 수 있을 때 하자』
그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기회는 그때그때 뿐인데…. 그날 친구와 난 또다시 아주 간단한 방법의 약속을 하였다. 몸이 말을 잘 안들으니 마음으로 이웃의 편이 되어주는 것이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의 아픈 마음을 받아주는 것이다.
『피곤하다』 『시간없다』며 피하고 싶었던 부끄러운 지난 시간들과 이웃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며 사는 현재의 내 모습을 재조명하는 귀한 만남이었다.
『늘 깨어 기도하여라』
우리와 함께 계시는 주님께 감사드리며 혜안을 주시길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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