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아들을 막내둥이로 두신 한 칠순 할아버지의 분노섞인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이 할아버지는 대단한 재산가셨지만 사랑하는 외아들과 함께 사실 수가 없어서 불행해 하신다. 아들 부부가 모시고 살기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슬프게도 우리 주변에는 이런 저런 사정으로 부모의 재산 싸움, 봉양 싸움에 상처받으신 외로운 어르신들이 얼마나 많은가?
개인주의와 합리주의로 다져진 서구 문화권에서도 부모들의 아픔은 똑같은 것 같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대간의 격차는 감당할 수 없이 넓어져만 가니 자녀에게 인간적인 기대가 없을 수 없는 부모님들은 외로운 노후를 불행하게 느끼며 사시다 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신앙인들은 조금 달리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느님께서 맡기신 자녀들을 최선을 다해서 키우시고 사회의 일원으로 독립시켜 훌륭히 소명을 다하신 지금, 이제는 자녀들을 향한 시선을 떼시고 다시 하느님만 바라보시는 마음의 회향을 기대하고 싶다.
남은 귀한 시간들을 자녀들로 인해 슬퍼하시지 말고 오롯이 하느님께로만 향하시어 자녀와 나라와 세상을 위해 기도하시며 사실 수 있는 공동체가 절실한 때가 된 것 같다. 양로원이라는 개념의 공동체가 아닌 기도하는 공동체 말이다.
유럽의 여러 수도원에는 자녀들을 다 성장시킨 후 남은 재산을 가지고 입회하는 노인들이 많다고 한다. 한평생 모은 재산을 자녀에게 보다는 교회나 사회에 환원시키고 남은 모든 시간과 열정을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하는 삶이 노후의 모든 신앙인의 삶이 되기를 우리도 꿈꾸어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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