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성당에서 창세기 공부를 시작하는 첫 날, 몸이 불편한 라파엘 형제와 동행했다. 조금 여유가 있어 라파엘 형제의 팔을 살짝 잡고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수녀님 혼자 묵상을 하고 계시다 우릴 보고 문을 활짝 열어 주신다.
나에겐 기도가 하나 더 생겼다. 『하느님, 하느님의 기적으로 라파엘 형제가 이 좋은 세상을 볼 수가 없을까요? 저 빨간 예수님의 성체를 바라 볼 수만 있다면…』
잠시후 가만히 성당 밖으로 나왔다. 또 하루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간다.
첫 성서공부 시간! 열심히 가르치시는 수녀님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힌다.
요즘 라파엘 형제의 마음 속에는 기쁨의 작은 나무가 촉촉히 비를 맞으며 자라고 있다. 오랜 투병과 시각장애로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데 10여년, 이젠 주님의 은총 속에서 하루 하루를 너무도 기쁘게 살고 있다.
라파엘 형제의 더 큰 고통은 우리들의 무관심이었다. 고통 받는 이에게 오직 지독한 사랑과 관심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이번 여름은 라파엘 형제와 함께 성서 공부를 기다리는 그 오묘한 맛(?)으로 더위도 잊을 것같다. 또 다른 고통받는 이들의 팔짱도 껴 줄 수 있다면 하느님 보시기에 얼마나 좋아하시겠는가?
저녁 늦게 라파엘 형제를 위해 몇몇이 밤바다로 나갔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오징어 배의 환한 불빛은 외로운 바다를 지켜주는 한 가족이었다. 그래, 우리는 언제나 한 가족이다. 언제나 작은 기쁨도 함께 해야겠다. 밤바람이 바다 멀리서부터 불어 와 온 몸을 감싼다. 참 행복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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