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을 평온함으로 가게 하는 것은 정신적인 추구의 중심에 있는 「단순함」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더 어렵게 더 극적으로 나에게 일어난 상황 그 자체보다 더 많은 생각으로 의미를 채우느라 우리의 생을 허비하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에너지는 고갈되는 것이 아니라 산만하고 복잡한 생각으로 인해 낭비된다고 생각한다.
단순함은 우리자신의 마음을 뚫고 나오는 모든 생각과 모든 행동에서 나의 에고를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우리자신이 되도록 허용한다.
단순함으로 영혼이 깨어있도록 자각하게 하는 것이다.
푸코 작은 형제회 수사님들을 만났다.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은 서울의 달동네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어서 좁고 좁은 골목길을 등산하듯이 위로 위로 끝나지 않을 것 처럼 올라가서야 나타났다.
골목 길가에 나있는 조그마한 문을 여니 바로 방이었고 환하게 웃으며 반기는 S수사님은 오늘 저녁 메뉴는 김치찌개라면서 왼쪽으로 나있는 바깥이나 다름없는 부엌에서 식사준비를 하고 계셨다.
바깥방 안쪽에 아주작은 방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은 흰색 한지로 깨끗하게 벽과 바닥을 마무리하였고 테라코타 붉은 흙의 예수상이 소박하게 바닥에 놓여져 있었으며 성체의 불빛 또한 낮은 곳에서 지키고 있는 가난하지만 참으로 단아하고 아름다운 방이었다.
수사님들은 저녁 전 기도를 그곳에서 무릎 꿇고 드리며 당신들이 기억하는 아프고 힘든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그들이 처한 어려움과 고통을 진정으로 하느님께 간청하였다.
아픈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는 매우 정성스럽고 그들의 자세는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보는이에게 감동을 주었다.
작은 형제회 수사님들은 세상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 속에서 가장 밑바닥의 노동을 하며, 그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S수사님은 쓰레기 치우는 일과 주물공장 일을 하여 손가락은 뭉퉁하니 다 닳아 있었고, 낡은 옷을 입고 있었으나 충만한 존재감으로 빛이났다.
그는 그의 삶속에서의 경험과 자연에서 보여주는 하느님의 이치를 매우 단순한 진리로 두려움 없는 깊은 영성과 일치시키는, 참으로 놀라운 통찰력과 지혜를 지닌 비범한 사람이었다.
쑥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작은 방안에 있는 살림들이 눈에 띄었다.
버려진 책상 설합에다 칸을 만들어 벽에 붙여 매우 훌륭한 디자인의 테이프 선반이 되었고, 그밖의 방안의 필요한 살림들도 버려진 물건들을 고치고 칠해서 활용하여 그곳 동네 이웃들과도 가족처럼 지내며 나누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어둠이 내리자 수사님들은 이곳은 지구에서 아홉 개의 달이 뜨는곳인데 알고 있느냐며 웃으셨다.
밖으로 나왔을때, 그곳은 하늘과 맛 닿은 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늘에는 마침 둥근달이 떠올라 이곳을 비추고 있었고 밑으로 보이는 세상은 삶의 시름을 잊고 따뜻한 불빛으로 반짝였으며 그곳에서 더 위쪽에 있는 산위로 둘러 세워져 있는 높은 가로등들이 나무들 사이로 큰달이 되어 동네를 비춰주고 있었다.
달이 하늘에 하나, 저 나무 사이로 둘, 셋, 넷… 아홉개가 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내가 만난 누구보다도 평화롭고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으며 자신의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그들의 삶을 봄으로써 자신을 돌아보게하는 스승이었다.
참으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 답답함으로 가득찬 세상 소식들….
그 속에 아홉 개의 달이 뜨는 그곳에 단순함과 소박함으로 아름다운 사람들 선함과 진정함으로 살고 있는 그들이 있고, 그렇게 살고 싶어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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