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의 사랑은 무조건이었다. 자식이라는 이유로 원하는 것은 모두 해 주셨다. 그런 풍요로움 속에서 살다보니 젊은 시절 이웃의 불행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 때 난 하나의 진리를 터득했다. 물질은 결코 영혼의 풍요로움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것을.
화려하게 살던 부모님이 노후에 병원 침대에 누워 생사의 갈림길에 있을 때 난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의 백 분의 일이라도 해 드리고 싶었지만 그것이 어찌 가당하기나 한 일인가? 그 때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해 드렸다. 하느님 앞으로 인도해 드린 일이다.
요셉과 마리아란 세례명으로 이세상의 모든 부질없던 인연들과는 멀리하고 새로운 탄생을 맞이하게 해 드린 것이다. 세월이 흘러 이제 천국에 계실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릴 일을 찾던 중 주위를 둘러보며 나머지 삶을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소외 받고 외로운 이웃을 위해 아낌없는 사랑을 하며 살아가려는 준비다. 지금까지 뒤돌아보면 언제나 말만 앞서고, 내 만족으로 끝나버리는 그저 남 보기에 그럴듯한 몸짓에 불과한 것이었다.
이제는 조금 다르다. 예수님 사랑을 실천하기에 급급한 것이다. 젊은 시절의 부질없던 허황한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순간 순간을 받기만해 온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봉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절대적인 예수님 사랑! 그저 오직 자식이기에 주시던 부모님의 무조건 사랑과는 또 다른 그 크신 사랑에 이젠 보답을 해야 한다.
우리가 하느님 안에서 자유로워질 때 곧 영혼의 삶을 깨닫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 때 그 기쁨은 찌는 여름 날 한 바탕 지나가는 소나기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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