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에 언론을 통해 틱낫한 스님의 이름과 활동을 종종 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슬쩍슬쩍 보고 넘겼으나, 달라이 라마와 대등한 분으로 평가하는 기사를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설마 그럴까 싶기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평소 존경하고 있던 달라이 라마가 영국의 수도회 신부들을 주 대상으로 하여 피정을 지도한 강의 원고인 「달라이 라마 예수를 말하다」는 책을 읽고 그분을 더욱 뛰어나게 보고 있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사 내용이 점점 와 닿아 마침내 그가 저술한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란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가 이 환경칼럼에서 다루는 주제 못지 않게 폭이 넓고 산만한 그의 글이 서서히 나의 마음을 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가진 평화가 내 마음의 평화로 전이되어 왔다. 안셀름 그륀 신부의 「다시 찾은 기쁨」과 「태양을 먹고사는 아이들」 그리고 「식물이 여행을 포기한 까닭은?」이란 책을 번역하고 저술하는 과정에서 가졌던 기쁨 이후로 책으로부터 오랜만에 마음의 순수함을 깊이 느꼈다. 그의 글에는 비판하고 싶은 부분이나 반감이 가는 부분이 없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책을 읽었지만 이 책만큼 동의한 일이 없었다.
내 마음 속의 은자, 우리는 이미 도착했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경이로운 순간, 깨어 있는 마음의 기적, 노래하고 싶다면 노래하라, 마음의 씨앗을 심는 법, 지금 이 순간의 행복, 내가 여기에 있기에 그대가 거기에 있다, 첫사랑에 대하여,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 모든 발걸음마다 평화가, 매화 마을에서 온 소식, 이 책 속에 구름이 있고 태양이 있다 등이 틱낫한이 이 책에서 하는 이야기의 주제다. 이 이야기들을 하나의 주제로 압축한다면 『지금 이 순간이 가장 경이로운 순간』이라는 말로 할 수 있다. 그가 하는 모든 이야기는 이 이야기에서 출발하여 다시 이 이야기로 돌아온다.
스님은 『그대가 찾고 있는 모든 멋진 것들은 그대 안에서 발견할 수 있다. 행복과 평화, 기쁨은 그대 안에 있다. 그대는 굳이 다른 곳으로 찾아갈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시고 이어서 다음과 같은 말씀들도 하신다. 『그대의 진정한 집은 지금 이 순간 속에 있다.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는 것은 하나의 기적이다』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한 조건은 이미 충분하다. 우리는 단지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 『명상은 삶의 매 순간을 깊이 사는 것이다』 『그대는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세상을 떠날 필요가 없다. 하늘나라에 들어가려면 그대는 지금 이 순간에 살아 있어야 한다. 무엇이 그대로 하여금 살아 있게 하는가? 바로 깨어 있는 마음이다』 『깨어 있는 마음이란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을 자각하는 능력이다』 『우리는 꽃과 조약돌, 새와 구르는 천둥을 통해 구원받을 수 있다. 모든 것이 우리에게 하늘의 메시지, 장엄한 우주의 메시지를 전해 줄 수 있다』 『씨앗을 뿌리는 일은 시를 쓰는 일만큼 내게 큰 기쁨을 준다. 내게 한 포기의 상추 꼭지나 박하풀은 한 편의 시만큼 시간과 공간에서 영원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원한 삶은 죽음을 포함하는 삶이다. 사실 죽음이 없는 영원한 삶은 불가능하다. 영원한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지금 평화와 기쁨을 누리지 못한다면, 언제 평화와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인가?』
그분의 책을 가까이 두고 마음이 조급해지거나 어두워지면 다시 읽어보아야겠다. 그런데 나는 이 이야기들에다가 부활 이야기를 보태고 싶다. 예수님의 부활은 나의 영적 생활의 출발점이었고 존재와 희망의 종착점이다. 현재 이 순간의 소중함도 예수님에 의한 부활의 희망이 있을 때 참으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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