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동체 활동 부진을 걱정하는 말을 더러 듣게 된다. 교구마다 시노드를 개최하며 구역중심의 본당조직을 강화하고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하여 MBW 교육 등 본당마다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으나 아직 가시적 성과는 미흡하다.
사실 다원화된 사회구조속에 다양한 형태의 삶이 강요되는 오늘날 초대교회의 공동체적 삶으로 되돌아 갈 수는 없다 하더라도 교우들끼리 서로 도와가면서 살수는 없을까? 소공동체운동이 활성화되지 못한 원인으로 레지오 활동과의 갈등 등 표면적이고 현실적인 이유야 있겠지만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과의 「만남과 나눔」을 위한 열린 마음과 실천적 행동이 부족한 본질적인 문제가 더 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며 우리들의 이러한 삶의 자세와 관련하여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을 떠올리게 된다.
추기경께서 사제서품 50주년을 맞아 KBS와 가진 「추기경의 삶과 사랑」이라는 대담프로에서 하신 말씀 가운데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라는 말씀(마태오 25, 40)을 인용하면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과 좀 더 함께 못한 것을 후회한다』는 말씀이 강하게 와 닿는다. 우리 사회의 양심으로, 가톨릭은 물론 범종교계의 지도자로 평생을 살아온 추기경께서 사제 생활 반세기를 회고하는 말씀의 요지가 바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특별한 관심으로 표현하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IMF체제 직전의 1만불 소득수준에서 맴돌고 있는 소위 「잃어버린 세월」을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90년대 이래의 저성장구조속에 만성적인 실업, 특히 심각한 청년실업문제로 구조적 빈곤층을 양산하는 가운데 골이 깊은 빈부의 「양극화 현상」과 경기침체의 몸살을 앓고 있다.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웃 교형자매들에게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주일마다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웃」을 위한 보편지향기도를 바치지만 우리 이웃을 위하여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회적 삶을 살고 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중남미 사목의 일환으로 멕시코를 방문했을때 「이익과 시장의 법칙」만을 강요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착취성과 해악을 경고하면서 교회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셨는데 이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자본주의의 해악」과 우리 이웃의 「가난과 소외」의 극복을 통하여 소공동체 활성화와 교회 공동체적 삶의 회복을 위한 실천적 행동의 하나로 교회 「생협(生協)」운동을 제안하고자 한다.
생협운동은 영국에서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19세기 중엽 대자본의 횡포속에 사회적 불평등과 빈?부격차속에 삶을 힘겹게 사는 도시 소시민과 빈민 노동자들의 방어적 삶의 공간을 넓히고자 하는 방편의 하나로 전개되었다.
영국 등 서구 선진국의 경우는 이와같이 19C중엽에서 20C초에 걸쳐 생협이 설립되었으며, 일본은 1947년, 대만은 50년대 초반에 정부의 법제적 지원하에 생협활동이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지속적인 고도성장을 위해 재벌중심의 경제정책을 채택하여 독점자본이 한국 경제를 지배하였다. 이에 따라 정부와 재벌 등 대기업의 정경유착적 관계로 생협에 대한 입법활동을 불가능하게 하였으며, 화학농법에 의존하는 증산농정은 농업농촌의 황폐화를 촉진시켰다.
그러나 최근 가계소득 증가와 건강에 대한 관심의 증대로 친환경농업을 통한 안전한 먹거리 생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협운동이 전개되기 시작하여 1998년에야 생협법이 겨우 제정되었다. 그 결과 생협설립의 역사가 선진국과 비해 너무 짧고 이에 대한 일반의 이해도 부족한 편이다.
생협은 이와 같이 독점자본의 일방적 횡포와 왜곡된 유통구조를 극복하기 위하여 노동자와 소시민들이 십시일반 출하하여 산지직거래와 공동구매 방식으로 독과점 이윤을 배제함으로써 개별가정과 공동체사회를 지키는 역할을 한다. 생협이 친환경농산물과 환경제품을 조합원들이 계추하듯이 서로 「만나 나누는」 생협운동의 자발적 활동 원리를 접목하여 각 본당의 소공동체활동에 자발적 참여의 계기를 마련하게 한다.
(교회 생협의 설립 절차와 활동방법 그리고 생협의 반조직에 대하여는 다음 기회에 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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