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어도 무더위는 식을 줄 몰라 돗자리 하나 들고 바다엘 갔다.
태풍이 지나간 바다엔 파도가 높이 일고 하늘은 별 하나 없이 먹구름만 끼어있다. 늦은 시각에도 더위를 피해 찾아 온 사람들이 모래사장 곳곳에 모여있다. 자판기 커피 한잔을 마시며 모래사장에 앉으니 하루의 더위가 말끔히 씻겨진다. 멀리 희미한 불빛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 깜빡거린다. 고기잡이 나간 배인 것 같아 마음이 초조해진다.
우리 인생도 바다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푸른 파도에 잔잔하게 흐르던 바다가 때로 태풍이 지나가면 성난 파도를 가져온다. 이렇게 우리 삶도 평온하던 어느 날 갑자기 불행이 닥친다. 한치 앞도 모르는 우리의 삶은 바로 망망대해 위에 떠 있는 작은 배와 같지 않을까?
밤이 점점 깊어간다. 하늘과 바다가 하나 되어 출렁거린다. 삶은 저 검은 바다 위에 떠있는 작은 배처럼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혼신을 다해서 한 밤중에 길을 잃지 않는 저 배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그리 쉽게 포기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하얀 파도가 조금씩 조금씩 다가오다가 부채처럼 퍼지는 모습이 어둠 속에서도 황홀하다. 이 웅장한 광경 앞에서 잠시 하느님과 만난다. 검은 하늘, 높게 이는 파도, 이 순간도 모두 하느님의 계획된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는 신비로움에 빠진다.
살아가면서 인간의 삶은 어쩜 하느님께서 모두 만들어 놓으신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할 때 온몸에 전율을 느낀다.
단, 모든 것이 하느님 탓이라고 투정과 불만을 가져서는 안되리라. 우리가 오직 매 순간 하느님 말씀대로 잘 사느냐에 달린 것이리라. 하느님은 너무나도 분명하신 분이시기에…. 파도가 몹시 높게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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