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이른바 「신영성 운동」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지적들이 교회 안에서 자주 나타나고 있다. 주교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최근 「건전한 신앙생활을 위한 운동과 그 흐름」이라는 소책자의 내용을 검토, 발간하기로 결정한 것도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주교회의는 이미 지난 1997년과 2003년에 「건전한 신앙생활을 해치는 운동과 흐름」이라는 제목으로 두 권의 소책자를 발간한 바 있다.
이처럼 「건전한 신앙생활」이 자주 거론되는 것은 자칫 「건전하지 못한」 신앙생활로 빠져들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즉 교회의 가르침과 복음에 충실하지 못한 잘못된 신앙생활의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쉽게 생각해볼 때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그만큼 우리 사회와 그 문화가 세속화돼있고, 우리 모든 일상 삶이 올바른 믿음을 해칠 요소들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이다.
세속화는 우리의 모든 생활 영역에서 신앙을 개인적인 차원으로 떨어뜨렸다. 신앙은 세속 사회와 분리된 또 하나의 취미 영역으로 추락했고, 마치 취미생활을 즐기듯 자기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하나의 부수적인 영역이 됐다.
여기에 최근에 기 수련 운동을 대표로 하는 이른바 「신영성 운동」의 요소들의 만연으로 인해 자칫 그리스도교의 가르침과는 상반되는 영성 추구의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흔히 뉴 에이지 운동으로 알려진 신영성 운동은 건강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한 웰빙 신드롬과 맞물려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이에 대한 사목적 대안 마련이 시급한 지경이다.
건전한 신앙생활이 요구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한국 교회의 신자들이 그리스도교 복음을 제대로 이해하고 생활 속에서 충실하게 실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흥종교나 뉴 에이지, 신영성 운동 등에 빠지는 사람들 중에는 개신교나 다른 종파의 신자들보다 가톨릭 신자들이 유난히 많다는 종교학자들의 지적이 있다. 성서나 교리지식이 부족하고, 교회 서적을 자주 접하지 않는 한국 가톨릭 신자들에게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요구되는 것은 깨어있는 신앙생활이다. 주일미사만 참례하면 모든 의무가 완수되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교회의 가르침에 충실하고, 교회가 2000년 동안 축적해온 은총의 선물들에 다시금 눈을 돌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세속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경쟁과 다툼을 하듯이, 신앙을 성취하기 위해서도 그에 못지않은 투철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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