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중에 잠이 오지 않으면 편지를 쓴다. 한자 한자 써내려 갈때 설레임이란, 누구나 다 느껴보았을 것이다. 편지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요즘도 존경하는 어른께는 가끔 편지를 쓴다. 편지는 이상한 매력을 갖고 있어서 쓰기전에는 부끄럽기만 하다가 써내려갈수록 솔직해 지는 어린아이같은 마음을 가져다 준다.
그런 매력에 빠져 젊은 시절 밤을 새며 쓰던 때도 많았는데 그 중 잊혀지지 않는 일은 여고시절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정말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친구 서랍장에 내가 보낸 편지가 가득히 쌓여있는 것이었다. 더욱 놀라게한 것은 그 편지들이 자신의 보물 1호라고 건드리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아마 그 친구는 그 보물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지금까지 살면서 보관중인 편지가 꽤 많은데 그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은 아무래도 20여년간 해외생활을 하는 언니가 보내온 편지이다. 그 속에는 나라마다 독특한 문화의 정취가 풍긴다. 해외생활에서 겪는 애환, 갈등 그리고 어머니로서 아내로서의 삶을 신앙안에서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내왔는데 마치 한편의 소설같다. 그때 난 편지가 인간에게 주는 힘은 어떤 책으로도 얻을 수 없는 진한 감동을 준다는 것을 알았다. 그 후 언니와의 사랑도 더 깊어졌으니 말이다.
난 요즘도 아이들과 대화가 힘들어지면 편지를 쓴다. 서먹서먹한 일이 있으면 불편한 감정으로 오랜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솔직한 편지 한통으로 아이들과의 문제는 한결 부드럽게 해결이 되고 좀더 서로을 이해하게 되어서 좋다.
난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쓰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오늘 밤에는 누구에게 한 통의 편지를 써볼까? 하! 하느님께 보내드려야겠다.
『하느님, 사랑해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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