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법안 제정 작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사형제도 폐지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 수호라는 차원에서 교회의 지속적이고 꾸준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사안이다. 교회는 인간의 생명을 인간의 손으로 단절시키는 사형제도를 반생명적인 제도로 간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교회는 오래 전부터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고 최근 몇 년 동안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사형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 인식 전환의 가시적인 성과로서 사형제 폐지를 위한 법안 마련이 국회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물론 사형제도의 폐지에 대해 모든 국민들이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 국민들은 흉악범죄로부터의 위협에 사형제도가 최소한의 방패막이라는 생각을 아직도 많이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최근 희대의 살인마에 대한 소식이 하루가 멀다하고 전해짐에 따라 불안한 마음에 사형제도 폐지에 대해 심정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커지는 느낌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다시 한 번 사형제도는 반생명적인 제도이며 허가받은 살인이라는 점을 되새겨야 할 필요가 있다. 흉악범죄에 대한 소식이 사형제도에 대한 우리의 근본적인 입장을 변화시키도록 해서는 안된다.
흉악범죄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되고, 그에 따라 범죄에 대한 정당한 응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심정적인 대응일 것이다. 우리는 좀더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그리고 복음의 가르침에 바탕을 두고 사형제도 문제를 대해야 할 것이다.
사형제도가 범죄 억제 효과를 갖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에 의해 밝혀졌다. 따라서 최근 떠들썩했던 흉악범을 사형시킨다고 해서 그것이 사회 전반의 범죄율을 낮추는 것은 절대로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피해자와 그 가족의 입장에서 범죄자는 응징받아 마땅할 것이다. 피해자 가족이 갖는 이런 마음에 대해 우리는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하지만 결코 사형만이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가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참회하도록 하는 것이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참된 위로가 될 것이다.
현재 진행되는 사형제도 폐지 노력은 무조건 사형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사형제를 없애는 대신 종신형제를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흉악범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방법은 사형만이 아니라는 취지이다. 사형제 폐지의 근본 취지에 대해 우리는 좀더 열린 마음을 갖고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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