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책은 서가에 꽂아놓으면 왜 약한 느낌이 들까?』
책을 만드는 직업 때문인지 아는 분께서 한번은 이런 질문을 해오셨다.
약하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지만 절대 간단하게 답하기가 쉽지 않다. 원인을 다 알수는 없지만 나는 그 이유를 「제책 방법」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책의 보존과 외관, 내구성을 고려한 제책 방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다채롭다. 매체의 발달만큼이나 출판물이라는 매체 역시 양질화되면서 클라이언트가 의뢰하는 결과물은 상당히 높은 수준에 달해 있다. 그러한 까닭에 필요 이상의 고급 지질과 화려한 컬러와 편집을 요구하지만, 별로 고민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바로 제책 방법이다. 마무리 미학이 모자란 한 가지 사례가 아닌가 싶다.
또 다른 원인은 서가에 책을 보관하는 방법이라 보는데, 꽤 훌륭한 서가를 마련한 어떤 사람이 책들이 그 서가를 망칠까 조심스러워했다는 어깨 힘 빠지는 글을 읽은 적도 있지만 서가에 매체를 소유하는 방식도 책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책과 책 사이에 공간이 생기면 그렇지 않아도 힘없는 책을 더 휘게 만들 수밖에 없다. 그때부터 책은 골병이 든다. 등이 휘고 회복하기 힘든 디스크를 앓게 된다.
아마도 그래서 마샤 스튜어트 리빙에 이런 조언이 있나보다.
『책을 뽑으려면 양옆의 책을 밀면서 살짝 뽑아라』
긴 장마가 지나간 여름날, 쏟아지는 강렬한 빛과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이 소통되도록 내 서가의 문을 활짝 열자. 그리고 그것들이 소리없이 앓고 있지나 않은지 눈길 한번 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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