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3일, 나는 성탄을 맞이하여 위문공연을 한답시고 나의 종교극 수업에 참여했던 서강대와 서강대 평생교육원학생들로 이루어진 공연팀을 이끌고 의정부 교도소에 갔다. 예정된 공연시간은 오후 1시였는데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아침 7시였다. 교도소 안쪽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차안에서 대사 연습에 골몰하고 있을때 누군가가 갑자기 『일출이다』하고 소리를 질렀다. 어둠을 물리치고 두둥실 떠오른 찬란한 태양을 보는 순간 전날의 리허설 때문에 내 안에 자리잡고 있던 불안의 어둠도 물러가고 환해졌다.
전날 우리는 무대장치와 리허설을 하기 위해 미리 그곳에 갔었는데 리허설은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그러자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마침 거기에 와있던 푸른 수의의 어떤 사람이 걱정스런 투로 한마디 하였다. 여기에 위문공연하러 오는 전문공연팀이 많기 때문에 수인들의 수준이 높아서 공연이 재미없으면 소리를 치고 난리를 피울 것이라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식은 땀을 흘리며 무리하게 위문공연까지 계획한 나의 무모한 결정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당일 아침부터 새벽미사에 나가 주님의 출연을 간구하였던 나는 공연이 시작되기전 15명 전원에게 모두 돌아가며 소리내어 기도할 것을 주문하였다. 드디어 미사강론이 끝나고 전례극 공연이 시작되었다. 교도소는 순간 이천년전 주님이 탄생한 마굿간으로 변했다. 장내를 뒤흔드는 고성과 함께 아기 예수님이 탄생하고, 천사들은 『인간의 죄를 사하기 위하여 당신의 강생이 이루어졌나이다!』하고 경배를 드렸다. 연출이자 배우의 한 사람으로 무대앞과 뒤에서 관중석을 보고 있던 나는 참으로 목이 메었다. 그날 공연은 버벅거리던 전날과는 딴판이었고 관객들은 숨을 죽여 무대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어둠속에서 빛나던 그들의 시선을 통해 주님께서 그날 무대에 현현하셨음을 느꼈다. 그것이야말로 참된 일출광경이었다!
김애련 <종교극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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