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일, 해서는 안되는 일”
요즈음 들어 계속해서 국내 주요 일간지 일면 머리기사에 생명과학 기사가 큼지막하게 실렸다. “장기(臟器) 복제 길 한국인이 열었다”, “황우석 교수팀 세계를 놀라게 하다”, “‘인간의 친구’ 개 복제 성공”, “기적에 도전... 하늘도 감동했다”, “세계줄기세포 허브 설립”, “줄기세포 연구, 배아 및 난자 3218개 사용”, “노대통령, 의료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 등등. 황우석 교수의 신드롬은 멈추지 않고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은 국내 과학자들의 힘으로 세계 최초로 인간의 체세포와 난자만으로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곧, 그동안 난치병을 위한 줄기세포 배양이 동물의 난자에 체세포의 핵을 이식하는 방법이 사용되어 왔는데 인간의 세포와 난자를 이용해서는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놀라운 일’ 1
필자가 말하는 ‘놀라운 일’이란 생명공학의 새로운 획기적인 개발 내지는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놀라운 일’이란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저질렀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언론에서는 ‘세계 최초’이니 ‘기적에 가까운 획기적인 개발’이니 떠들어 대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오로지 배아줄기 세포 연구만이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냥 부각 시킬 뿐 그러한 연구에 뒤따르는 윤리적 문제나 부작용, 위험성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다. 과연 누가 책임을 질수 있는가? 황우석 박사가 모든 책임을 질 수 있는가? 아니면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질 수 있는가?
엄격히 말해서 인간배아 복제 및 연구는 곧바로 인간복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더욱 ‘놀라운 일’은 “사람 난자를 이용하므로 윤리적 문제를 피할 수 있다”, “체세포 핵이식 방법은 전혀 윤리적 문제가 없다”, “복제배아 인간논쟁 이제 넘어서야한다”는 기사 내용이다.
도대체 상식이 통하는 말인가? 도대체 ‘윤리’가 무엇인지나 알고 하는 말인가? 그동안 동물의 난자를 이용한 인간배아 복제도 윤리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는데, 인간의 난자를 이용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간복제라는 말과 배아복제라는 말이 사실 그 의미에 있어서 전혀 차이가 나지 않지만 굳이 말 표현을 달리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인간의 기본적인 양심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려서 결국 인간배아를 생명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일 것이다. 배아를 인간 생명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일부 생명공학자들의 의견은 결국 인간 생명의 가치를 발달 단계에 따라서 차별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그래서 배아가 태아보다, 태아는 어린이보다, 어린이는 성인보다 가치가 없는 존재로 인정하게 되는 크나 큰 모순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놀라운 일’ 2
또 한 가지 필자가 지적할 ‘놀라운 일’은 생명공학의 ‘상업적 이윤 추구’이다. 곧 인간을 위한 봉사가 목적인 과학과 기술이 상업주의에 물들어 이윤 추구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생명공학의 상업적 이윤추구는 가치전도의 현상을 낳게 하고 있다. 곧 목적이어야 할 인간이 수단이 되고 수단이어야 할 이윤이 궁극적 목적이 되는 것처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배아 복제에 관한 기술을 특허 내어서 상업적 이익을 독점적으로 추구하려고 한다면 이것은 패륜적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젠 인간 생명의 가치보다 물질적 이윤이, 인간 생명의 존엄성보다 상업적 독점이 더 우위에 놓여 있는 세상이 되었다. 노 대통령은 얼마 전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세계줄기세포허브 개소식에 참석해서 이런 말을 했다. “정부도 줄기세포허브가 명실공히 생명과학 연구의 세계중심으로 그 역할을 다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나아가 의료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
‘놀라운 일’ 3
그동안 언론을 통한 인간배아 줄기세포만이 난치병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한 일방적 보도 또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그동안 각종 언론을 통해 일부 생명공학자들과 생명공학 벤처 기업에서 주장한 줄기 세포에 대한 두 가지 착각은 분명 지적되어야 한다. 첫째는, 인간배아 줄기세포만이 난치병에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 내용이다. 그래서 일반 국민들에게 인간배아 줄기세포에 의해서만 난치병 정복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일방적으로 심어주었다. 둘째는, 성체 줄기세포가 배아 줄기세포에 비해 효용성이 떨어지고 가치가 뒤진다고 일방적으로 성체 줄기세포의 단점만 부각시켜 온 점이다. 줄기 세포 연구의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연구의 가능성과 한계를 올바르게 이해할 때 우리 시대는 더욱 의미 있는 줄기 세포를 통한 미래의 희망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저명한 자연과학 잡지 네이쳐(Natur e)에 논문을 기고한 Helen Pierson씨는 난자와 정자가 수정된 지 24시간 이내에 원시선(팔, 다리, 어깨 모양이 나타나는 시기)이 나타난다는 것을 밝혀냈다. 곧 수정된 배아의 어느 부분에서 머리와 다리가 생기며, 또한 어느 면이 등이 되고 배가 될 것인지는 정자와 난자가 결합한 지 수분 내지 수 시간 내에 결정되는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따라서 원시선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수정된 지 14일 이후에야 인간배아가 생명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할 것이라는 일부 생명과학자들의 주장은 비윤리적이고 비과학적인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 생명과학자들은 14일 이전의 수정란은 인간 생명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아직도 인간배아는 단지 세포일 뿐이라고 한다. 그래서 마음대로 실험, 조작, 폐기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혹 배아가 성장하면 인간이 안 될 수도 있는가? 예를 들어, 배아가 성장하면 곰이 된다든가 원숭이가 된다든가, 아니면 소나 돼지나 개가 되는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인간배아가 성장하면 오로지 인간밖에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배아가 세포라서 마음대로 실험하고 조작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일부 생명과학자들은 배아에서부터 성장한 것이 아니란 말인가? 그렇다면 그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단 말인가? 그들은 진정 외계인이란 말인가?
이창영 신부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위원·본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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