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불량 만두사건으로 시민들의 먹거리에 대한 불신과 불안은 심각한 수준에 다달았다.

이번 사건은 돌발적인 사고가 아니다. 얼마전의 조류독감, 광우병사건과 더불어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진 내분비교란물질인 다이옥신 파동 그리고 범람하는 유전자조작(GMO) 농산물 수입 등이 끊이지 않으며, 이와같은 유해식품이 우리 밥상을 점령한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렇듯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 초래된 유해식품으로부터 해방되는 대안적 기제의 하나가 생활협동조합이며, 농민과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이 생협운동이다.

지난 7월 18일자 본란에서 언급하였듯이 우리나라의 생협법 입법운동은 80년대초부터 시작하였으나 당국의 정경유착, 정책의지부족과 생협에 대한 몰이해로 90년대 말에야 겨우 법제화가 이루어졌다.

비로소 생협의 사업활동을 통하여 안전한 먹거리의 확보를 가능케 하는 친환경 유기농산물의 생산 및 유통촉진, 먹거리의 공동구입과 직거래로 쓰러져가는 농촌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도-농이 더불어 사는 생활공동체 형성, 나아가 생태계 질서를 되살리고 생명의 문화를 창출하는 길이 열렸다.

사실 그동안 고도성장을 통한 산업화로 가계소득이 높아지면서 우리의 식탁이 풍요로워졌으나, 얼마나 먼 곳에서 온 다국적 식품으로 밥상이 채워지고 있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세계화를 앞세운 무한경쟁의 시장경제 논리속에서 효율과 속도를 무기로 앞세우고 지구를 반 바퀴 돌아 온 오랜지쥬스, 호주산 소고기, 남태평양에서 잡은 참치, 에콰도르에서 수송된 바나나, 아프리카산 커피 등의 식품에는 방부제를 포함한 수많은 불순물과 다이옥신, ０-157같은 병원균으로 범벅이 되어있음을 간과하여서는 안된다.

생협을 통한 유기농산물 직거래의 필요성은 외국 농산물의 범람을 막기 위한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외 의존적 고도성장은 대량생산?대량유통의 경제구조를 정착시켰고, 이러한 사회경제적 배경속에 생산과 소비의 단절, 이를 조장하는 시장이란 격리된 벽 속에서 생겨난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호불신을 극복하기 위해 유기농업의 실천과 직거래가 시작된 것이다.

안심할 수 있는 건강한 먹거리 확보를 위한 소비자의 요구와 농약 사용의 해독을 극복하고 생명있는 농산물 생산에 흘린 땀과 노력의 가치를 알아주길 원하는 생산자의 요구가 서로의 신뢰를 회복하는 만남의 과정속에 생협 활동이 이루어진다.

생협은 이와 같이 자본의 횡포와 왜곡된 유통구조를 극복하기 위하여 소시민과 노동자들이 십시일반 출자하여 산지직거래와 공동구매 방식으로 독과점 이윤을 배제함으로써 개별가정과 공동체 사회를 지키는 역할을 한다.

다원화된 사회구조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삶이 강요되는 오늘날 교회의 반모임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쉽지 않다. 그러나 교우 개개인이 소비생활의 주체로서 교회의 반모임을 생협의 「반」으로 조직화한다면 이를 친환경농산물과 환경제품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공동으로 주문, 구매, 공급하는 공간적 만남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에서 생협을 설립할 경우 초창기에는 생협법상의 설립요건을 갖추지 않고 시작할 수도 있지만, 300명 이상의 조합원이 3000만원 이상의 설립자본금을 조달하여 사업을 시작하면, 매장 설립자금이나 조합원의 현장견학 및 생협교육 등에 소요되는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등 제도적 지원의 이익을 누릴 수 있다. (물론 구체적인 생협설립 절차와 방법은 생협법, 동 시행령을 통하여 알 수 있으며 생협전국연합회 등의 지도를 받을 수 있다)

처음에 교회 생협설립을 위한 발기인 모임을 교회의 사목평의원이나 구역협의회가 중심이 되어 구성하면 가장 무리가 적다.

또 출자금을 1좌당 1만원 이상으로 하여 경제적 부담도 크게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형편에 따라 출자를 조절할 수 있다. 그리고 생협의 이사 대의원 등 기본적 기구 조직체제는 사목집행부와 구역장 반장 등을 중심으로 구성할 수 있다. 특히 반모임을 주도하는 반장을 중심으로 조직을 구성한다면 교회 사목활동의 본질인 「만남과 나눔」의 활동이 생협활동을 통하여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실천적 행동으로 나타나며 종국에는 교회 소공동체 활성화로 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