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있어 온 말이지만, 근래에 들어 부쩍 우리 사회가 원칙을 존중하지 않아 병폐가 깊어졌다는 말이 자주 나오고 있다. 정치계는 말할 것도 없고 재계, 학계, 체육계, 예술계 어디든 원칙보다는 변칙과 반칙이 난무하고 있다는 탄식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이것은 인간환경에 깊이 관련된 중요한 문제이기에 본 칼럼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다루어 보고자 한다.
원칙과 변칙 그리고 반칙은 인간의 삶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오래된 테마이다. 인간의 삶은 처음부터 이 셋과 더불어 살아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원칙만 지켜서는 배고픔과 추위를 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에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식물은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여 생활에너지를 얻고, 동물들은 식물 또는 다른 동물을 섭취하는 것을 통해 생활에너지를 얻는다.
낮이면 무상으로 엄청나게 쏟아지는 햇빛을 활용해 광합성을 하는 식물들은 그 햇빛을 잘 받을 수 있는 자리를 확보해야 하고, 동물들은 식물이나 다른 동물들을 먹이로 삼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각자 나름대로 생존을 위해 전략을 세우고 투쟁해 나간다. 식물들은 자신의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땅과 햇빛이 비치는 일정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수많은 식물들과 경쟁을 해야 하고, 동물들은 식물들이 공들여 합성해 놓은 생활에너지를 먹이로 삼기 위해, 다른 동물의 몸 안에 들어 있는 생활에너지를 먹이로 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일은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다. 멀리서 초원과 숲을 바라보면 평화로 가득 찬 것 같아 보여도 가까이 가서 식물들의 생태계를 깊이 들여다보면 처절한 생존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열심히 자라서 남보다 먼저 위로 올라가지 않으면 그렇게 하는 다른 개체에 눌려서 햇빛을 확보할 수 없다. 그러면 오래지 않아 사멸이 찾아든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말은 식물들에게도 해당되는 셈이다.
초식동물들이 생활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은 식물들보다 더 어렵다. 식물들이 어렵게 합성한 생활에너지를 쉽게 내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생활에너지를 대주는 식물들에게도 도움을 주어야 생활에너지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자기만 생각한다면 오래지 않아 식물을 멸종시키는 일이 생겨날 것이고 그러면 자신도 곧 사멸을 면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벌과 나비 같이 식물의 수정을 돕거나 새나 코끼리 같이 이동성이 없는 식물들의 씨앗을 먹고 먼 곳에 가서 배설을 하여 그곳에서 그 종의 식물이 번식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육식동물들이 먹이를 구하기는 더욱 어렵다. 가만히 앉아 자신의 목숨을 쉽게 내놓을 동물이 어디 있겠는가? 부지런히 찾아다니고 용맹하게 공격해야 한다. 여기에는 원칙뿐만 아니라 변칙과 반칙까지 과감하게 동원해야 한다.
먹이가 지나다니는 길에 숨어서 기다리다가 갑자기 덮치거나, 함정이나 그물을 마련하거나, 야밤을 이용하거나, 다른 동료들과 협력하여 도망치지 못할 곳으로 몰아 부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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