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가명)는 16세로 2년전 정신과에서 우울증과 강박증의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경력이 있다. 모든 것에 의욕을 보이지 않거나, 갑자기 반항적이고 고집스런 행동으로 주변식구들이 큰 걱정 속에 지내다가 무용/동작치료를 하게 되었다.
경직된 마른체격에 눈을 깜박이며 응답이 늦고 호흡과 어깨는 올라가 있었으며 창백한 얼굴은 무표정 이었다.
어머니는 지친 표정으로 정아가 어린시절부터 말을 잘 하지 않았으며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늘 혼자 있는 아이였다고 말했다.
정아는 동작치료를 통해 긴장 되어있는 신체 부분을 호흡과 함께 이완시켰다. 조금씩 정서적 이완과 신뢰를 쌓아가면서 서로를 반영시키는 움직임을 함께 한 후부터 자기안의 생각을 조심스럽게 내어 놓았다.
가장 어렸을 때의 기억은 늘 혼자 놀았던 기억과 뚜렷한 이유도 없이 엄마로부터 엘리베이터 안에서 자신이 축구공이된 것처럼 차이고 맞았던 기억과 구석방에서 머리카락을 온통 잡혀 뜯긴 기억을 생생하고 아프게 갖고 있었다.
어릴때 장사로 바쁜 부모는 정아를 남에게 자주 맡겼고, 가까이 가면 손을 내저으며 『지금 바쁘고 정신 없으니 저리 가서 놀아라』하던 기억 등, 한번도 가슴에 푸근하게 안겨 피부접촉이나 충분한 사랑을 받았다는 기억이 없었다.
그것은 정아 엄마와 연결된 문제이기도 했다. 정아의 엄마는 막내로 어린 시절 부모가 다 돌아가시고 큰 오빠의 손에 자라면서 역시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고 늘 바쁜 오빠 언니들의 눈치를 보는 아이였다. 화가 나거나 속이 상해도 한번도 대항하지 않았다.
그러나 언제나 내면은 억압되어 있었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 할 때는 부모에게서 못받은 사랑을 충분히 받고 싶었으며 모든 것을 남편과 함께 하기를 원했다.
남편은 자신의 일과 사회적 유대관계를 중시하여 많은 친구들이 있었고 적극적인 사람이었으나 정아 엄마는 자신만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주길 바라고 그렇게 되지 않았을 때, 자기도 모르게 그 화가 만만한 어린 정아에게 폭발하곤 했던 것이다.
정아 엄마는 살찐 체격에 호흡이 얕고 가슴이 긴장되어 있었다. 자기 의지로서의 무게감이 약하고 타인과의 공감성이 부족했고 의존적이었다. 그래서 호흡과 이완으로 긴장을 제거하고 신체 지각을 통해 이전의 문제와 숨겨져 있는 감정을 이끌어 내었다.
정아 엄마는 자신의 어린시절을 바라보게 되었고 그 당시 자신이 가졌던 결핍된 감정의 상태가 지금 그대로 딸이 가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눈물 지었다. 또한 습관적인 신경질적인 말투와 찡그린 인상, 자신의 목소리를 인식하였다. 거기에는 욕구의 좌절로 인한 정서적 갈등이 있음을 보게 되었다.
한편, 정아에게는 자아기능을 강하게 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러므로 역기능과 관련된 발달적 영역을 강조하며 자신의 신체를 통한 무게감, 시간성, 공간성의 양면을 스스로 탐구, 자신의 장점과 강한 점을 발견하고 증진시키게 되었다. 그리고 신체를 통한 공감으로 처음으로 자신이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게 되었다.
그 후 정아의 주도로 가족회의를 열게 했는데, 가족의 역할과 바라는 점 등을 나누게 되고, 나온 의견들을 서로 조율해 공유하게 되었다.
정아의 표정은 차츰 밝아졌고 자신의 감정상태에 대해서도 표현하게 되었다. 또한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자신의 모습으로 먼저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정서속의 부정적인 욕망이나 억압을 다룰 때는 건강한 방법으로 표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강한 욕구의 직접적인 표출은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기 때문에 예술적 창조성의 활동으로 전환시켜 무의식적인 충동을 조절시키는 것이 예술치료인 무용동작 치료이다.
무용동작 치료는 기본적인 인간의 감정인 기쁨, 슬픔, 노여움, 사랑, 미움, 공포, 욕망 등을 움직임으로 표출하게 하며 그 표현을 바탕으로 숨겨져 있거나 억눌려 있는 인간의 부정적인 정신상태를 바로잡고 긍정적인 면을 이끌어 내게 된다.
우리 삶의 양면은 밝음과 어두움이다. 밝음은 사랑과 신뢰, 용기와 기쁨, 열정 등이고 어두움은 상처와 고통에서 비롯된다. 이 두가지 양극의 힘의 존재를 깨닫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상처와 고통은 신비하게도 나 자신이 변화될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의 고유성과 자발성 창의성을 발견하여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야 한다. 누구나 자신의 모습대로 보여지는 것은 중요하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