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식동물인 사람이 수집과 수렵생활을 하던 때에 생활에너지를 확보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했다. 인류의 역사에서 오랜 기간 거대한 미지의 자연 속에서 많은 고통을 견디며 생존을 위해 투쟁해야만 했다. 자연에서 식물이 제공하는 먹거리로 생존하기에는 언제나 많은 수고를 해야 했고 넓은 지역을 다녀야 했다. 구할 수 있는 양도 일정하지 않았다. 어느 한 곳에서 많은 먹거리를 발견했다 해도 저장기술이 부족하여 어려움이 많았고 추운 겨울에는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동물들을 잡아먹는 데에는 다른 육식동물들과 마찬가지로 변칙과 반칙을 수시로 동원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쉽게 잡아먹힐 동물들이 아니었기 때문이고, 원칙을 지켜(?) 정면으로 도전하기에는 인간의 몸이 너무 느리고 약했기 때문이다. 결국 머리를 동원하여 함정을 파서 사슴이나 토끼가 지나가다가 빠져들도록 하고, 올가미나 덫을 놓기도 했으며, 날카로운 촉을 단 화살을 쏘아대기도 했다. 우리말에 이러한 것과 관련된 비유가 많은 것은 지난날 오랜 기간 해오던 수렵생활의 여파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과 가족 그리고 동료들의 생존을 유지하는 일보다 더 우선적인 것은 없었다. 무슨 수를 동원하든지 일단 먹고살아야 했다. 체면과 윤리, 도덕을 따지는 일은 그 다음의 문제였다. 때로는 호랑이에게도 덤벼들어야 했고, 이웃 씨족이나 부족과 한 판 전쟁을 치르는 고통에 뛰어들기도 해야 했다.
패배나 양보는 곧 죽음을 의미했기에 온갖 수단방법을 동원해야 했다. 원칙과 변칙 그리고 반칙을 분간할 겨를이 많지 않았다. 이것을 분간하고 원칙을 지키는 일은 원시사회에서도 필요할 때가 많았지만 함께 협력하는 동료의 범위 안에서나 있던 것이었다. 도처에 적으로 가득한 상황에서는 믿음보다는 의심, 원칙보다는 변칙이나 반칙이 우선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오늘날 원칙이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어 논의되고 있는 것은 인류의 역사에서 상당히 진보한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제야 비로소 인간다운 인간의 영역에 접어들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인류는 원칙을 지키는 일이 매우 가치 있는 일이고 인간의 품위를 높이는 일로서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정도의 높은 도덕적.양심적 수준에 도달해 있다. 그래서 원칙을 지키지 못할 경우에는 마음 고생을 심하게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할 경우에는 변칙과 반칙을 동원한다. 피 속에 뿌리박힌 본능이 발동하기 때문이고, 이것을 이기기에는 아직도 더 많은 수련의 세월이 흘러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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