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 가톨릭신문사의 성지순례단에 끼여 로마를 다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세번째 간 곳이지만 낯설고 외로울 뿐이었습니다. 하기야 이틀간의 일정으로 무엇을 보고 느꼈다고 하겠습니까마는 허물어져 가는 문화유적과 신전을 보면서 새삼 세상 만사가 덧없고 무상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외취재 때 처음 와서 정이 든 로마의 소나무는 옛 모습 그대로였고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으나 오히려 푸르름은 더한 것 같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에서 콜럼버스 가도를 따라 시내로 들어가던 길과 테베레 강을 끼고 펼쳐지는 언덕이며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외쳤던 아피아 가도와 성 칼리스토 카타콤베로 가는 곳에도 소나무는 많았습니다. 로마의 소나무는 그동안 우리가 보아 온 것처럼 등이 굽어 올라간 줄기따라 자라는 것과는 달리 한가닥 나무젓가락에 감은 솜사탕처럼 우뚝 솟아 다소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하고 순례객들에게 『너희가 지금 보는 것을 보는 눈은 행복하다』(루가 10, 23)는 말씀을 일러 주는 것 같았습니다.
레스피기는 하고 많은 소재를 마다하고 어떻게 소나무를 주제로 우리에게 로마를 이야기 해 주려고 했을까요? 순례를 다녀온 뒤 서가에서 오랜만에 레스피기의 교향시 「로마의 소나무」 LP레코드를 다시 들어 보았습니다. 프리츠 라이너가 지휘한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그 투명하고 정확한 음으로 이탈리아 특유의 서정적 선율과 낭만적인 환상을 불러 일으키면서 로마의 소나무를 그려 나갔습니다.
로마 사람들은 소나무 아래에서 태어나 소나무와 더불어 살다가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죽는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곱씹게 되었습니다.
로마의 소나무는 오늘도 로마를 지키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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