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변칙 그리고 반칙은 우리의 삶 곳곳에 스며들어 있고, 서로 교묘히 조합되어 삶이 되게 하고 역동적이게 한다. 원칙만 지키고 원칙적인 말만 하는 사람들로만 가득한 세상을 상상해 보면 그 안에 살고 싶은 생각이 들는지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유머감각이 개입할 여지가 없어 삶이 빡빡하고, 창조적인 영감을 가지기 쉽지 않아 똑같은 삶이 지루하게 지속될 것이다. 그렇다고 변칙이 난무하는 곳에서는 서로 신뢰하기 어려워 불안하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반칙만 있는 세상에서는 도대체 삶이 불가능할 것이다.
밭농사를 지을 때에도 이 셋은 함께 한다. 땅을 갈아엎고 잡초를 뽑아내며 독한 농약을 치는 행위는 땅이나 식물 그리고 동물의 입장에서는 반칙을 범하는 것이다. 타 지역에서 우수한 종자나 새로운 품종을 들여오고, 호박뿌리에 수박을 접붙여 키우며, 돌연변이로 생긴 뛰어난 종자를 보편화하는 것은 변칙에 속할 것이다. 철에 맞추어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며 자라기를 기다렸다가 수확하는 것은 원칙을 지키는 일에 해당될 것이다.
가축을 키우는 데에도 이 셋은 함께 한다. 결국은 잡아먹을 목적으로 가축을 키우는 행위에는 처음부터 속임수가 들어간다. 소나 돼지에게 양질의 먹이를 주면서 심리적인 안정을 갖도록 하여 무럭무럭 자라도록 하는 데에는 언제나 성실히 먹이를 주고 돌보는 원칙을 지키기도 해야 하고, 종자를 개량하는 변칙을 가미하기도 해야 하며, 본질적으로는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닌 달걀이나 우유를 모아 판매하고 마침내 가축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반칙을 감행하기도 해야 한다. 인간이 살기 위해 가축에게 모진 짓을 모질다 생각지 않고 감행해야만 한다.
바다 속에 사는 해조류나 물고기를 잡아들이는 데에도 이 셋은 함께 한다.
미역이나 김과 같은 바다 속 식물들이 충분히 자라도록 기다리는 것은 원칙을 지키는 일에 해당될 것이고, 자연의 바다 속에서 충분히 잘 자라는 그들을 인위적으로 양식하는 일은 변칙에 속할 것이며, 마침내 채취하여 먹거나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은 그들의 입장에서는 반칙에 해당될 것이다.
철따라 이동하는 물고기 떼가 오기를 인내로 기다리는 것은 원칙에 해당될 것이고, 그물이나 낚시라는 함정을 이용하여 그들을 잡아 올리는 것은 반칙에 해당되며, 인공적으로 양식을 하는 것은 변칙에 해당될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원칙을 지키며 정당하게 행하는 인간의 생업에 해당된다는 주장도 옳을 것이다. 어느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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