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가히 살인적 폭염속에 주 5일 근무제 시행은 그나마 한 줄기 소나기 같은 청량제 구실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몇십년만의 더위도 식힐 겸 「노동」에서 해방되어 산과 강, 바다는 물론 심지어는 해외여행을 떠나 인천국제공항이 북새통을 이루는 모습을 TV화면을 통하여 보았다. 덕분(?)에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시가지는 주말이 되면 텅빈 느낌이었고 주일 교중미사에 나오는 사람의 숫자도 크게 줄었다.
주 5일 근무제는 올해 공공, 금융, 보험업종과 노동자 1000명 이상 사업장에서 먼저 시작하였고 2011년까지 연차적으로 모든 사업장에 실시될 예정이다. 이 제도는 일부 논란은 있지만 심각한 사회적 문제인 만성적 실업문제 해소에 도움을 주고 삶의 활력을 넣어주는 등 긍정적 사회변화를 가져오는 한편, 일부 부정적 영향과 이로인해 수반되는 파생적 문제점도 예상된다.
30~40년전에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한 유럽 특히 프랑스의 경우 주말에 성당에 텅텅비는 상황을 초래했다. 한국 가톨릭 역시 이러한 경우를 대비한 사목적 대안마련이 절실하다.
그러지 않아도 주일 미사 참석자가 전체 신자의 30% 정도로, 그것도 매년 줄어들고 있으며 쉬는 신자가 35% 수준에 이르고 특히 청소년이 점점 줄어드는 현 상황에서 주 5일 근무제라는 사회적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한국 가톨릭은 시대적 소명을 다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물론 서구 교회의 주 5일 근무제에 대한 대응 사례, 예를 들면 고속도로변에 작은 교회를 세운다든지, 주말에 ME와 꾸르실료 성지순례 등 다채로운 이벤트성 형태의 프로그램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대천 해수욕장을 낀 요나본당이나 스키장 인근의 춘천 횡계본당 등 관광.레저.휴양지 부근 성당이나 공소 등에서 주일미사를 마련하고 있으며, 원주교구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성체조배실을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관광사목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주 5일 근무라는 사회제도 변화에 대한 한국교회의 대응 태도는 소극적인 대중적 처방으로 안주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필자는 여기서 가톨릭이 지향하여야 할 본질적인 사목방향의 관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고자 하며, 이러한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주 5일 근무제를 가능하게한 산업사회로 의 진입 과정에서 농촌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한 불균형 성장정책과 농산물 시장개방, 더욱이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이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질서속에 자유무역협정(FTA)과 쌀 개방 추가협상 등으로 파탄직전에 있는 농촌과 농민들을 교회는 외면하지 않았는지? 교구제도의 울타리 속에서 서울 등 수도권 지역과 (대)도시 교회는 농가부채가 연간 소득보다 많은 가난한 농촌의 교형자매을 비롯해 서울 큰 본당의 10%도 안되는 헌금으로 운영되는 시골본당과 안동 원주 등 농촌교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이러한 측면에서 주 5일 근무제를 통하여 달라진 노동환경과 라이프 싸이클 변화를 가톨릭 교회조직체계가 갖고 있는 장점을 살려 도시-농촌교구의 격차를 줄이고 교구, 교회간의 빈부를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우선 늘어난 주말 시간을 가족단위의 자연 친화적 체험형 도-농교류에 투자해야한다. 이는 교구간 교회간 자매결연 등 여러 형태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하여 촉진될 수 있다. 체험형 여행으로 대도시본당의 신자들이 심신의 재충전을 가능케하는 대안형 녹색관광을 농산어촌 본당과 교우 가정에 대한 민박형 여행 형식으로 전개함으로써 도-농 공동체의 균형적 발전이 가능하게 된다.
농산어촌 녹색관광, 소위 체험형 그린투어리즘은 도시민이 여행지를 일방적으로 선택하여 즐기는 여행이 아닌, 방문객이 지역 주민과 함께 어울려 즐기는 쌍방향적 교류가 되며 마을 특유의 전통놀이 및 수확체험, 특산물, 정성껏 차린 식단, 수수하지만 푸근한 농가숙박 등을 기본으로 하는 인간적인 교류이다.
그리고 도-농간의 인적 물적 교류를 더욱 체계화하기 위해서는 서울 등 대도시의 생협설립으로 도-농간의 유기농산물을 비롯한 토산품, 특산물을 직거래하는 협동조합적 교류를 통하여, 대도시로 농촌 사람과 돈을 블랙홀과 같이 흡인하는 사회경제적 메카니즘을 멈추게하고 농촌을 살리는 지역간의 균형발전을 가능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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