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사의 안내로 성지순례를 떠났던 지난 여름은 유럽에서도 더위가 대단했습니다. 그래도 유럽의 여름은 습도가 낮고 열대야 현상이 없어 견딜만 했지요.
로마를 시작으로 파리까지 가는 동안 어디를 가나 유두화와 무궁화가 만발했고 형형색색의 베고니아와 제라늄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런가하면 창문의 문지방과 발코니의 창턱에 내다놓은 화분은 집안의 가족들이 행인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즐거움도 함께 나누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러한 모습에서 『너희의 눈은 볼 수 있으니 행복하고 귀는 들을 수 있으니 행복하다』(마태13, 16)는 말씀을 또 다른 의미로 묵상할 수 있었습니다.
유럽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주택과 아파트의 창문은 윗부분에만 입술이나 눈썹 모양의 벨런스(valance), 스카프나 숄에 쓰는 프린지(fringe)로 살짝 장식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일 만큼 투명한 유리창 아래에는 하나같이 예쁜 화분을 정성스레 얹어 두었더군요.
특히 아파트의 베란다와 주택의 테라스 심지어 사무실 창문에도 줄기식물을 길다랗게 늘어뜨리며 키우고 있었습니다.
달 밝은 밤이면 잘 생긴 청년이 사랑하는 처녀의 집 창밑에서 세레나데를 노래하거나 로미오가 첫눈에 반한 아름다운 줄리엣이 창가에 모습을 드러내면 『줄리엣, 그대는 나의 태양!』이라고 외칠 것만 같았습니다.
어찌하여 우리는 창턱에 화분 하나 내다놓고 다함께 즐기지 못하는 것일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우리도 창문의 어두운 장막을 걷어치우고 화분을 내다놓는 마음을 모두에게 선물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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