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사제이며, 한국 교회사 연구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교회사연구소 명예소장 최석우 신부는 지난 2000년 9월 금경축을 맞아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가톨릭 교회는 과거와 전통이 현재의 대부분을 구성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교회는 다른 어떤 존재보다 「역사적」』이라고 말했다.
과거와 전통이 현재에 되살아나기 위해서 역사학 연구는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절대적이다. 오늘날의 한국교회가 있기까지, 멀리는 보편교회의 수많은 피와 땀과 신앙의 열정이 그 뿌리가 됐고 가까이는 조선 땅에 복음의 씨앗을 뿌린 순교선열들의 굳은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교회사는 바로 그러한 복음의 선포와 하느님 섭리의 경륜을 알아보고 전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교회 안에서 역사 연구의 중요성을 본격적으로 일깨우고, 모든 면에서 열악하기 그지 없었던 시절에 설립된 한국교회사연구소가 올해 설립 40주년을 맞았다. 9월 4일 열린 기념식에서 여러 인사들이 입을 모아 말하듯, 연구소가 지난 40년 동안 지나온 세월은 그야말로 역경을 딛고 일어선 시간들이었다.
학문과 문화 연구에 유난히도 소홀했던 한국교회의 풍토 안에서 한국교회사연구소는 미진한 인식을 일깨우고, 한국교회에 섭리한 하느님의 손길을 엄정한 학문적 언어로 파악하며, 숨겨지고 잊혀진 수많은 역사적 사료들을 발굴, 소개해왔다. 그럼으로써 연구소는 이제 교회 안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 학계에서도 그 연구 역량과 열정을 공히 인정받는 유수의 연구기관으로 자리잡았다.
한국교회사연구소가 지난 40년을 통해 이룬 성취는 참으로 놀랍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평생을 교회사 연구에 바친 한 학자의 열정이 바탕을 이루고 있기도 하거니와 그 열정에 감복한 수많은 지인들과 협력자들의 공로 또한 그 기여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연구소는 불혹의 나이 40에 이르러, 지금까지의 성과를 다시 한번 되돌이켜 성찰하고 새로운 질적 도약을 위해 더욱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9월 11일 마련되는 설립 40주년 기념 심포지엄 「교회사 연구, 어떻게 할 것인가?」 역시 그런 모색의 일환이라고 하겠다.
한국교회사연구소의 설립 4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장년의 연륜을 지니게 된 한국교회사연구의 산실로서 무궁한 발전으로 역사 안에 개입하시는 하느님의 영광을 우리 사회와 교회에 드러내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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