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에 전화가 왔다. 본당 사제관으로. 수화기 저편으로 떨리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부님! 제가 조금 힘들어서요. 지금 상담을 할 수 있나요?』
『지금이요? 아니 이 새벽에요?』
『지금은 안되나요?』
『내일 다시 전화하세요』
몇년전 본당에 있을 때 내가 경험한 일이다. 그러나 다음날 전화는 오지않았다. 당시에는 너무 황당한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다급한 일이었으면 그 시간에 체면불구하고 전화를 했을까?』
다른 사람이 보면 시시하다 생각해도 그녀에게는 분명히 중요한 문제였을 것이다. 사람들은 원한다. 나의 말을 들어줄 사람을 말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많은 말들을 쏟아낸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빈 것처럼 바람이 휑하니 불 때가 많다. 시끌법적한 모임후에 더 그런것은 왜일까?
인간은 항상 「나」를 상대해줄 「너」를 원하는 존재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사회가 발전을 하면 할수록 인간의 소외감도 비례해서 늘어난다.
팽배한 물질만능주의,복잡한 다원적인 문화, 초고속으로 연결된 네트워크 사회는 오히려 인간을 더욱 소외시키고 가공할 이기심을 양산해간다.
산업사회이후 인류는 현대의 정보화 사회에서도 인간 소외라는 뼈아픈 경험을 계속해 오고 있다.
현대는 컴퓨터와 인터넷 혁명으로 인간의 삶을 이웃처럼 가깝게 만들었다. 그러나 오히려 현대의 정보화 사회는 인간을 심리적으로 철처하게 더 소외시킨다.
미래의 교회는 어떻게 변화될까? 교회를 「하느님 백성」으로 규정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의 소금과 빛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교회는 각 시대의 여건과 도전에 따라 자신의 생존방식을 달리해왔다. 역설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교회는 본질을 잃어가고 있는 교회라고 할수 있다.
『교회는 항상 쇄신해야 한다』(Ecclessia semper reformanda)는 명제는 교회의 본질을 시사한다.
새로운 시대에는 교회도 새로운 생존방식과 사명을 요청한다. 따라서 교회는 끊임없이 시대의 징표를 읽어야 한다.
미래의 교회가 해결해야할 중요한 과제는 인간소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미래의 사목에서 성공의 열쇠는 바로 상담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본다.
상담이란 조난을 당한 사람들이 희망을 잃고 아파할 때 그들의 아픔에 동참하는 사목이다.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돕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게 하여, 영적으로 계속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미래 교회의 사목에서 중요한 몫을 차지할 것이다.
다원화된 사회에서 각 사람이 겪는 문제는 아주 다양하고 복잡하다. 이런 추세는 점점 더 심해질 것이다.
교회는 아직 채 정리되지 않은 위기의 여파가 여러 방면에서 세차게 들이닥치는 곳이다.
또한 교회는 분노와 좌절과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그 상처를 치유받기 위해 모여드는 곳이기도 하다.
교회는 어떤 경우에도 갈 길을 헤매는 사람들에게 어머니처럼 아늑한 품이 되어 인생의 해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일선 사목지에서는 상담을 원하는 사람이 늘어간다.
그러나 사람들의 요구에 교회는 아직 충족을 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부터라도 교회는 사람들의 갈증이 무엇인지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제 심리학자 「로저스」가 주장한 상대에 대한 무조건적인 존중과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태도를 갖는 인간중심의 상담 기술이 사목에서 더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사실 이 상담방법은 이미 예수님께서 실행하신 방법이다(요한 4, 1~30참조).
따라서 미래를 준비하는 좋은 목자는 예수님을 닮은 상담가가 되도록 노력해야한다.
이것은 미래의 교회에 주어진 숙제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현대 교회는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다. 그 위기는 외적인 수치에서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급박한 위기 의식이 없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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