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때 마다 휘장을 두른 채 복원작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최후의 심판은 보지 못했습니다.
이번 가톨릭신문사 성지순례단의 일원으로 시스틴 성당 입구에 들어섰을 때 높이 14.5미터에 폭 13미터의 거대한 벽화와 만날 수 있었습니다. 뒷걸음질로 좀 떨어져서 전체를 보고난 뒤 차근 차근 살펴보았습니다. 세상의 마지막 날에 천사들이 영혼을 깨우는 듯 튜바를 불어대고 성난 모습으로 재림하신 그리스도께서 천국의 중심에 자리하고, 구원 받아 천국에 오르는 영혼과 지옥에 떨어지는 영혼 등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 표현되었습니다.
프레스코화로 그려진 「최후의 심판」에서 퍼렇게 빛나는 하늘은 심판의 날이 다가왔음을 알리는듯 전반적으로 음울하고 비극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사람은 단 한 번 죽게 마련이고, 그 뒤에는 심판을 받게 됩니다』(히브 9, 27)는 성서말씀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와 닿았습니다.
또 이런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당시 교황 바오로 3세는 의전담당 비아지오다 체제나(Biagio da Cesena) 추기경을 대동하고 작업현장을 자주 찾았는데 하루는 교황이 그 추기경에게 작품에 대한 의견을 묻자 『성자와 성녀들을 알몸으로 발가 벗겨 놓았으니 이게 성화인지 음화인지 모르겠군요』하고 혹평했다고 합니다. 이에 격분한 미켈란젤로는 끝내 그를 구렁이에 감긴 미노스의 모습으로 벽화의 오른쪽 아래 지옥의 구렁텅이에 그려 넣었다고 하죠.
그런가 하면 오랫동안의 시비 끝에 교황 바오로 4세가 『그림을 바로 잡으라』고 명령하자 미켈란젤로는 교황 성하께 『먼저 세상을 바로 잡으라』고 맞대꾸했다고 합니다.
당시 교황의 권위가 하늘을 찌르던 시대에 할 말은 하는 참 대단한 지식인이었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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