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성월 마지막 주일을 지내고 있는 우리 신자들은 오늘날 「순교」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깊이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처음 이 땅에 천주교가 들어왔을 때 숨어서 신앙생활을 했고 온갖 박해가 자행됐지만 지금 우리는 아주 편하게 신앙을 고백하고 신자임을 드러내 놓고 살고 있다. 당시에는 배교 아니면 순교, 곧 죽음이었다. 『천주교를 믿지 않는다』라는 말 한마디면 소중한 목숨을 간직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목숨을 내어놓는 순교자들의 장한 용기를 우리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순교자성월에 들어서면서 여러 본당과 단체 등에서 순교에 관한 연극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순교극을 보면서 우리는 순교자들의 삶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생각을 하고 있어 안타깝다. 지금은 우리가 단순히 연극을 통해 순교하는 장면을 보고 있지만 만일 내 자신이 순교해야만 하는 당사자, 즉 내가 그 연극의 주인공이고 실제상황이라면 나는 과연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 보는 자세가 아쉽다.
누가 살기를 싫어하고 죽기를 바라겠는가. 순교자들도 온갖 고문과 형벌에 고통스러워했고 두려워했을 것이다. 칼에 목이 베인다는 생각만 해도 끔찍했을 것이다. 그래서 『하느님을 모른다』 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분들은 이 모든 것을 참아 이기고 끝까지 신앙을 목숨과도 바꾸는데 주저하지 않은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순교는 어떤 것일까. 순교자들처럼 목숨을 바치는 순교는 할 수 없을지라도 신앙을 통해 서로 나누고 불편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나보다 남을 한번 더 먼저 생각해 주는 희생은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곧 한가위가 다가온다. 모두들 즐겁고 기쁜 명절이 되겠지만 자연재해로, 또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렇지 못한 이웃들도 많이 있다. 이들을 위해 물질을 나누는 것도 좋고 화살기도를 바치는 것도 좋다. 내가 할 수 있는 상황에서 관심을 가지고 적극 찾아 나서는 자세가 중요한 것이다. 나 혼자만, 우리 가족만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 된다는 이기심에서 이젠 한 발짝 더 나아가 이웃을 돌아보는 삶의 여유를 가지도록 순교자들에게 간절히 청해보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