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길과 성벽, 그리고 수 많은 유적들이 중세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유럽의 경차들은 생김새가 하나같이 깜찍하고 귀여웠습니다. 어디론가 분주히 오가는 모습은 경쾌하기까지 했구요.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 성당에서 아토스를 만났고, 샤모니 몽불랑으로 가는 길에서는 빨간 마티즈를 만나 길동무가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번 성지순례의 여정에서는 더욱 미니화된 초소형차들이 이색적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지난 91년 티코에 이어 98년 배기량 800cc급의 마티즈가 나왔을 때 유럽에서는 벤츠사와 스와치사가 공동 제작한 598cc급 2인승 경차 스마트 미니카가 등장했습니다. 치솟기만 하는 유가가 머지 않아 베럴당 50달러를 상회할 것이라는 걱정스러운 뉴스가 전해지던 때인지라 유럽의 경차는 강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았습니다.
히틀러가 포르쉐박사에게 요청해서 베를린 올림픽이 끝난 1936년 10월부터 그 유명한 딱정벌레차, 폴크스 바겐을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어느 독재자 치고 국민의 인기나 여론의 지지를 원하지 않겠습니까?
히틀러도 국민들에게 값싸고 실용적인 승용차를 갖게 하는 등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정치가로 비치고 싶었겠지요. 그런 과정을 통해 국민에게 불만을 해소시키려고 했던 고도의 정치조작술은 아니었을까요?
독일어로 폴크스(Volks)는 국민이라는 뜻이고 바겐(Wagen)은 차라는 뜻으로 폴크스 바겐은 국민차라는 말입니다. 독재자와 국민차, 경제공황과 국민차는 묘한 함수관계를 가졌나 봅니다.
히틀러는 독일을 망쳤으나 그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폴크스 바겐은 전후 잿더미가 된 독일을 살려낸 저력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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