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 장식을 하나씩 달아가는 것은 / 젊음을 하나씩 / 잃어가는 때문이다
씻은 무 같다던가 / 뛰는 생선 같다던가(진부한 한마디 말이지만)
그렇게 젊은 날은 젊음 하나만도 / 빛나는 장식이 아니었겠는가
-홍윤숙 「장식론」 중에서
우리는 그것을 「기도화장」이라고 부릅니다. 무색무취무향의 「순」 로션 하나만 바르고도 하느님 사랑으로 말갛게 행복한 얼굴, 감실 앞에서 선홍빛 물드는 심장과 소리 없이 젖는 뺨의 눈물 자욱, 그것만으로도 더없이 아름다운 그리스도의 정배, 세월 이울어 하나 둘 주름이 늘고, 이마에 시름겨운 골이 패여도 그것이야말로, 수도자의 장식, 기도의 연륜입니다.
수도자로 늙어 흰 머리카락 드문드문 보이고, 눈가에 잔주름 맺힙니다. 일하고 수고한 두 손 거칠어지고, 성무일도를 넘기는 손끝에 더 이상 젊음의 물기 없어 매번 어렵사리 그 얇은 종잇장을 넘기면서도, 귀한 기도 책 침 안 묻히려 애쓰는 아이 같은 마음에 하느님 즐거이 거처하십니다.
내어놓을 바 없이 짧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마음은 항시 입회 때의 나이에 멈추어 서있건만, 눈 깜짝하는 사이의 촌각이 지나갔음에 비해 거울 안의 낯선 얼굴은 제법 연치 먹었음을 공순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방을 비질할 때 마다, 하는 일 없이 먼지만 피우는 지 쓸어도 쓸어도 인간의 먼지는 끝없다고 소노 아야꼬 여사는 푸념하듯 말씀하시지요. 수도자의 얼굴, 시간 안의 존재로서 세월을 비켜가지 못한 흔적들이 하나 둘 늘어가는 것, 그런데 그것이 기쁩니다. 수도자로 늙어온 주름마다, 세월의 깊이만큼, 행복했던 날수만큼, 감사했던 순간만큼 수도자의 장식이 소담스러운 듯 합니다.
행복합니다. 언젠가 이 몸 누여 다다르게 될 당신나라 그리며 그리스도의 짝으로 늙을 수 있어, 진심으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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