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미식축구나 럭비에서 사용하는 공이 타원형이 아니고 온전히 둥글거나 네모라면 사람들이 그렇게 큰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정교하게 발로 차고 패스를 하더라도 예측하기 힘든 부분이 들어 있기 때문에 흥미진진해 하는 것이고, 체격이 대단히 큰 선수들이 교묘하게 반칙을 하기도 하고 그것이 원인이 되어 때로는 한데 엉겨 붙어 난투극을 벌이는 일이 생기기 때문에 재미있어 할 것이다.
섬세한 손으로 비교적 원칙적이며 정밀하게 진행할 수 있는 핸드볼 경기보다는 무딘 발과 머리로 하는 축구에 사람들이 더 열광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공을 아무리 정확하게 찰 수 있는 선수일지라도 발로 차는 것이기 때문에 오차 범위가 크고 그래서 확률이 개입할 여지가 있어서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쥐며 축구 시합의 그 긴장감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때때로 행하는 심한 태클이나 몸싸움의 반칙도 즐거움을 더하는 요인이다. 반칙이나 몸싸움이 전혀 없는 성인군자들의 축구경기를 생각해 보면 그 맛이 어떨 것인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승부를 조작한 경기에 흥미를 가지기 힘들 것이고, 남북한 친선 축구경기처럼 서로 양보하는 경기는 만남 자체의 의미만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 그리고 미국 사람들이 즐기는 야구에는 원칙과 변칙 그리고 반칙이 좀 더 많이 개입되기 때문에 더 많은 관중이 몰려드는 것으로 생각된다. 공을 잘 칠 수 있는 타자가 가능한 대로 치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던지는 투수가 훌륭한 투수이다. 타자를 잘 속여 삼진 아웃을 많이 잡아내는 투수일수록 훌륭하고, 그러한 의도를 꿰뚫어 보고 정확하게 예측하여 펜스를 넘기는 타자가 훌륭한 선수로 대접받는다. 서로 상대편을 잘 속여야 하는 것이 처음부터 경기 속에 들어 있고, 속이는 데에 누가 어느 만큼 성공할는지 예측하기 쉽지 않은 것에 흥미가 들어 있다. 또한 타자의 방망이를 떠난 공이 어디에 떨어져서 어떻게 굴러갈지 예측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은 것에 흥미가 있다.
100m 달리기나 투창 던지기, 멀리뛰기나 높이뛰기 같은 기록 경기에서 좋은 기록을 낸 선수들을 칭찬하고 그들의 초인적인 기량과 인내심에 감탄하면서 인간승리를 기꺼이 축하한다. 그러나 그러한 초인적인 기록을 달성하기 위해 다른 모든 일은 제쳐두고 그 일만 하는 데에는 인간의 삶으로서는 다소 변칙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여간 현대인이 열광하는 것 중 하나인 스포츠에는 원칙과 변칙 그리고 반칙이 교묘하게 혼합되어 있기 때문에 흥미진진한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