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7∼9일 일본 미야자키시에서는 일본변호사연합회가 주최하는 인권옹호대회가 열렸다.
변호사연합회의 인권옹호대회는 1957년 시작돼 올해로 47회를 맞은 행사로 사형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위해 변호사연합회는 올 4월부터 9월까지 전국 주요도시를 순회하며 9차례에 걸쳐 사형제도에 관한 다양한 논의를 하면서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반세기 가까운 세월동안 변호사연합회가 사형문제에 관하여 한번도 논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주교회의 사형폐지소위원회 위원으로 참석한 필자에게는 문제로 다가왔다. 사형은 최대의 인권문제이자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800여명이 자리를 메운 가운데 「21세기 일본에 사형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사형과 무기징역 판결이 명확한 기준 없이 내려지고 있다는 조사보고, 로스쿨 학생들이 사형수의 오판을 발굴하여 무죄판결을 얻어내는 이노센트 프로그램과 사형수에 대한 변호사의 무능력 문제를 지적한 미국대표의 발표, 『사형은 형벌이 아니라 단지 복수일 뿐』이라며 사형폐지를 설파한 유럽위원회 대표의 발언, 한국의 사형폐지운동과 사형폐지법안의 동향에 대한 보고와 토론 등으로 이어졌다.
올 9월 현재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118개국으로, 존치하고 있는 78개국의 약 1.5배에 달한다(모든 범죄에 폐지한 국가 80개국, 통상범죄에 폐지한 국가 15개국,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사실상의 폐지국가 23개국). 이는 지난 1990년 존치 96개국, 폐지 80개국과 비교하면 사형폐지가 부인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임을 보여준다.
일본변호사연합회의 공식적인 입장은 존치도 아니고 폐지도 아니다. 그들은 사형을 일단 중지하되, 국회에 「사형조사회」를 설치해 폐지 이후의 대체형과 피해자에 대한 지원방안에 대하여 범국민적으로 논의하자는 내용의 「사형정지법안」을 제안하고 있다. 우리가 사형폐지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비해 일본에서는 사형정지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사형은 아시아적 가치가 아니다. 2002년 6월13일 유럽의회는 한국과 일본, 대만을 향해 사형을 폐지하든지 즉각적인 집행정지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다행히 1997년 12월 이후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고 노무현정권이 집행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사실상의 폐지국가」로 인정받는 획기적인 전기를 맞게 된다.
주교회의 사형폐지소위원회는 오는 11월 중순 일본 사형폐지운동의 대부인 야스다(安田好弘) 변호사와 미국 「화해를 위한 살인피해자유족회」(MVFR) 쿠싱(Cushing) 대표를 초청, 세미나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사형 대신 왜 종신형 도입이 논의되는지, 그리고 무참하게 희생당한 범죄피해자 유가족을 위해 국가와 민간단체(특히 교회)가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모색하기 위함이다. 사형은 「죽음」이 아니라 「죽임」이다. 사형이 아니라 「살형」(殺刑)인 것이다. 생명을 빼앗는 사형은 더 이상 논쟁거리가 되어서는 안되며 당장 폐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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