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는 착한 수녀님이 되고 싶었습니다. 아직은 알아듣기 힘든 하느님 사랑이지만, 수녀님이 되어 열심히 기도하고 희생과 봉헌의 생활을 하면서 그렇게 하느님의 사람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쉽지 않게 입회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입회 한 달 전,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친언니가 Y의 이름을 도용하여 카드를 만들고 현금 인출이며 할부구입이며 수천의 빚을 지고 급기야 파산, 그날로 해외도피를 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입회는 고사하고 Y가 행여 신앙을 잃지나 않을까 걱정되었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싶어서 여리디 여린 꿈 하나 지니고 세상을 포기하려는 Y에게 하느님은 세상의 것, 그것도 본인의 의사가 아닌 타인의 욕망이 저질러 놓은 것, 그것도 전혀 모르는 남이라면 차라리 세상의 악(惡)을 탄하며 억울함을 호소라도 하겠건만, 바로 친 혈육이 저질러 놓은 이 불명예의 죄과를 Y 앞에 냅다 던져놓고 하느님은 침묵하셨습니다. 다시 취직을 하고, 많지 않은 봉급에서 착착 빚을 갚아가는 생활, 꼬박 3년이 지났습니다.
간소한 꾸밈새로 다시 성소모임에 나온 자매와 마주 앉았습니다. 이제 빚도 어지간히 끝나간다고 합니다. 언니가 원망스럽지 않았느냐는 질문, 많이 받았을 법도 합니다. 자매는 오히려 하느님께 감사한다고 말합니다. 어이없고 황당한, 그러나 내가 떠안을 수밖에 없는 그 십자가를 지고, 처음엔 원망도 했지만 점차 하느님의 섭리와 사랑의 깊이를 체험한다는 자매, 이로 하여 진정 십자가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동시에 사랑이 무엇인지도 꼬박 3년의 묵묵한 실천을 통해 마치 동전 하나씩 돼지 저금통에 넣듯이 채워오면서 깨닫게 되었노라고. 잃은 것은 돈이지만 얻은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귀한 것이었노라고.
시련을 통해 가장 친밀하고도 확고하게 하느님 손을 잡은 자매가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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