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3일, 「성매매방지법」(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 성매매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안))이 시행된 이후 언론은 단속이 강화된 집창촌 르포, 성매매종사여성과 업주들이 「생존권」 데모에 나섰다는 내용 등을 여과없이 전달하는 것을 보면서 가부장제 남성중심주의 사회에서 힘의 불균형에 의한 여성의 짓밟힌 인권과 성도구로서의 유린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내시되 남성과 여성으로 지어내셨다(창세 1,27).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Imago Dei)으로 창조된 특별한 가치를 지닌 존재이다. 성(性)은 오직 남성과 여성으로 구별되어 있으며 남성과 여성이라는 인격의 존엄성이 있다. 인격의 가치, 그것은 너무도 소중한 것이다. 성은 인격 그 자체인 것이다. 남성이라는 인격체와 여성이라는 인격체가 곧 성이다. 그러므로 성은 상품화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하느님이 원하신 존재양식이며 그 자체로 좋은 것(善)이기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성매매」(제1장 2조)란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여 매매(賣買)하고 착취하는 행위이다. 여기에는 성교행위를 포함한 일체의 유사성교 행위, 관음 행위 등 광범위한 성적 행위가 포함된다. 성매매는 권력(돈)을 가진 사람이 권력이 없는 사람의 성기를 사서 욕망의 도구로 이용하는 넓은 의미의 인신매매이다.
「성매매방지법」의 목적(제1장 1조)은 성매매행위나 알선행위를 처벌하고, 이를 방지하여 성매매된 자 및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복귀를 지원함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날 성매매여성만을 범죄자로 규정했던 「윤락」(淪落)대신 「성매매」(性賣買)라는 가치중립적인 용어가 법적으로 자리매김되어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로 규정했다. 성매매의 착취, 감금, 알선, 인신매매 등 구조적 사슬을 강력하게 뿌리뽑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과 가부장제 우리 사회의 많은 남성들은 「성매매 옹호론」을 언급하고 있다. 『18~30세의 성인 남성들은 무려 12년간 성욕구를 풀길이 없어졌다』라고 발언한 모 국회의원은, 모든 남성들은 성욕을 절제할 수 없는 본능적인 존재로 간주하며 성을 사는 것이 마치 일상적인 성생활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성매매 근절이 어려운 이유는 성산업 종사 여성들과 업주들의 「생존권」 때문이 아니라, 남성의 성은 통제 불가능하다는 강력하고 오래된 고정 관념 때문이다. 남성의 성이 인간의 성을 의미하는 사회에서 여성의 존재 자체는 「몸」(肉體)으로 환원되고, 여성의 외모는 「재산」이 된다. 이런 사회는 여성의 업무 능력보다는 젊고 예쁘고 날씬한 여성의 몸을 원한다. 이러한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의 몸은 자원이자 성적 대상자이다. 그러나 여성의 성을 사는 것은 남성의 권리가 아니라 남성의 자기소외, 자기분열인 것이다. 성매매 근절은 남성의 인간화를 향한 남성의 과제이기도 하다.
성매매와 인간의 존엄성은 결코 양립할 수 없다. 모든 여성들은 성매매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여성의 일부를 상품화하는 방식으로 남성의 성욕구를 해소하고자 하는 사회는 건전하다고 할 수 없다. 성매매 허용 논리는 하느님 창조질서에 대한 위배이며 만민이 평등하다는 인간관을 부정하는 것이다.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성에 대한 관대한 의식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바로 우리 사회의 평등에 대한 지향성을 보여주는 나침반이며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보장하는 여성인권의 지표이기 때문이다.
이제 모든 국민이 성매매가 범죄행위임을 인식하고 연대하여 성매매를 둘러싼 감금, 알선, 인신매매의 구조적사슬을 뽑을 수 있는 곳에 도움을 주고, 탈성매매여성들이 인간존엄성 회복의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도록 쉼터나 자활센터에 물적.인적.의료적.법적 지원을 강화해야 하는 현실의 과제를 함께 풀어가자.
『교회가 여성폭력, 즉 성매매 여성을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하는 물음에 대하여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여성들에게 보내는 교서」 4항의 말씀으로 대언하고자 한다.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은 종식되어야 합니다. …여성들을 성의 대상물로 전락시키는 만연한 향락주의와 상업주의 문화, 어린이 성매매… 등과 같은 여러 통탄할 관행들이 제거되어야 합니다. 사회는 폭력의 희생자들에게 온전한 치유책과 사회로의 복귀를 보장해주고, 그러한 폭력의 가해자들에게는 마땅한 처벌을 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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