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전례력으로 2004년도 불과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11월 21일 연중 제34주간이자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지내고 나면 11월 28일 대림 제1주일부터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 11월은 위령성월이기 때문에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로서의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고 묵주기도성월이자 전교의 달인 10월을 어떻게 살았는지 조용히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지금의 사회분위기는 너무나 험악하게 만들어져가고 있다. 흑과 백으로 양분되어 자신들의 주장만을 내세우고 있는 현 세태를 보고 모두가 우려와 대책을 앞세우지만 상대방을 위한 것은 없고 오직 나와 나의 뜻에 맞는 사람들을 위한 방안들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을 볼 때 씁쓸한 감정을 감출 수가 없다.
내가 내뱉는 한마디 말은 곧 자신을 드러내는 그 자체이다. 다시 말해서 말과 그 말을 하는 사람의 삶은 다른 것이 아니라 같은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을 보면 일단 말부터 내뱉고 보자는 식으로 말을 함부로 하는 경향이 많다. 말로써 다른 사람에 대해 온갖 인신공격을 하고는 「아니면 그만」 이라는 무책임한 행위들이 만연하고 있다.
교회안에서도 이와 같은 사회의 나쁜 모습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어 안타깝다.
해를 거듭할수록 새 신자는 줄어들고 냉담자는 증가해 갈수록 성당의 빈자리는 늘어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본당마다 활력이 예전보다 못하다. 본당 신설로 인한 신자들의 분할도 이유가 되겠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신자들이 냉담으로 교회를 등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물론 냉담하는 이들에게 일차적인 문제가 있겠지만 같이 신앙생활을 했던 우리들에게도 잘못이 있음을 인정해야한다.
전교의 달, 전교주일을 맞아서 전국의 모든 본당에서는 이웃에게 전교하자고 외쳤다. 그러나 결과는 어떻게 나왔는지 다시 생각해야겠다. 말로는 전교하자고 해놓고 실제 행동은 나몰라라 한다면 하느님을 모시고 사는 사람으로서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말해 놓고 안되면 그만이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더 이상 책임없는 말과 행동으로 남에게 피해를 입혀선 안될 것이다. 「나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안일한 생각,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교회안에서만은 없애버리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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