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본당에서 일년 동안 신심서적 54권 읽기를 실시하고 집계된 결과를 보면서 우리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한 본당의 성물 판매소에서 팔린 책이 연간 2만1000여권에 달한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한국 교회의 신자 재교육, 신앙 성숙을 위한 사목 프로그램에 있어서 획기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서울대교구 잠실7동본당 신자들은 지난해 11월 처음 이 운동을 시작하면서 스스로도 반신반의했을 것이다. 워낙 책읽기에 익숙치 않은 천주교 신자들에게 있어서 일년에 54권, 매주 한 권씩의 신심서적을 독파하자는 주임신부의 제의는 이뤄내기 어려운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난 10월 24일 그간의 성과를 집계한 본당 신자들은 그 놀라운 성과에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54권의 책을 모두 읽은 신자가 280여명, 주일미사 참례자수가 1000명을 조금 넘는 본당에서 3분의 1에 가까운 신자가 매주 한 권씩을 읽었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이다.
더욱이 신심서적 읽기는 일회성 이벤트의 성격을 넘어선다. 일년 동안 책을 가까이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을 것이고, 일단 몸에 배어 체득된 책읽기 습관은 이후의 신앙 생활에도 지속적인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신심서적 읽기의 사목적 중요성은 바로 여기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신자 재교육을 위한 여러가지 사목적 프로그램들이 많은 본당에서 시도된다. 기도 운동도 있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는 봉사활동도 있다. 일정 기간 동안 이뤄지는 교육이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신심서적 읽기의 효과는 이런 저런 교육 재교육 프로그램들의 성과를 웃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주체적인 노력이 수반돼야 가능한 것이고, 꾸준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그리고 그로써 느낄 수 있는 보람이 동반돼야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처럼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노력을 통해 몸에 배인 습관은 이제 어떠한 특정한 프로그램이나 계기가 마련되지 않아도 얼마든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며, 가족을 포함한 주위의 신자들에게도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천주교 신자들이 성서도 안 읽고 교회 서적이나 잡지에도 소홀하다는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의 반성이었다. 이번에 큰 성과를 거둔 잠실7동본당의 신심서적 읽기 운동이 다른 본당에도 확산되어, 한국교회 전체의 신자 재교육 프로그램으로 정착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목자들의 관심과 함께 신자들 스스로의 각성과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