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다시아씨는 그해 꼭 60이셨습니다. 불행하던 결혼 생활을 배우자의 사망으로 접고 겨우 다시 신앙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서, 암 선고를 받았습니다. 남편의 핍박으로 성사생활은 할 수 없었지만 몰래 빠져나와 혼자 어두운 성당에 잠깐씩 앉아있곤 하던 긴 세월, 성당만 보면 울음이 터져 나와, 이 짐승 같은 삶을 씻어주는 유일한 마음의 정화수라 여기며 독하게 돈만 벌었다지요. 암 선고를 받던 날, 이제 1년 남았다는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고 합니다. 「죽고 사는 게 문제가 아니다, 죽기 전에 회개하고 하느님 만나야지」. 그리고 씩씩하게 일어섰지만 다리에 힘이 없어 한 발자국도 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날 이후 그녀가 한 일은 먼저 짐 정리, 옷은 계절별로 한 가지씩만, 1년 이랬으니까. 가장 최소한의 물건 외에 일체 가난한 이웃에 기증, 넒은 평수의 아파트를 정리하여 성당 바로 옆의 낡은 연립 한 채 구입, 천주교 묘지 구입, 2년 치 연미사 예물을 같은 레지오 단원 친구에게 맡김, 연도 접대용으로 식당 예약, 특별히 깔끔한 음식으로 주인에게 당부, 매일미사, 성서필사, 병자방문…. 그렇게 1년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하고 싶은 것을 다 했습니다. 미사 독서, 해설, 제물봉헌, 성가대, 꾸르실료…. 하반신부터 시작된 마비가 점점 심해져 심장 밑으로는 다 감각이 없는 지경인데도 얼굴은 변함없이 고왔고 머리카락도 하나 상하지 않았습니다. 방문 온 신자들은 오히려 그녀로부터 위로와 평화를 얻고 다 함께 하느님을 찬양했습니다. 그리고 11월, 위령성월이 되었습니다. 참고 참던 그녀의 눈에 힘이 풀렸습니다. 11월엔 하늘 문이 활짝 열린다는 말을 뇌이며, 11월의 셋째 금요일 예수 수난 시각에 웃으며 평화 중에 눈을 감았습니다. 그 웃음 그대로의 영정 사진을 보며 우리는 말합니다.
『아나다시아씨, 웃고 있네, 행복해보여요, 그리도 바라던 아버지 옆으로 가셨으니까요』
11월에 생각나는 이름, 아나다시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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