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와 문화는 대중매체를 매개로 형성, 향유되는 대중문화에 의해 압도적인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가톨릭의 시각을 바탕으로 이에 접근, 평가하는 시도는 풍부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현실을 보면 문제는 심각하다. 대중문화를 떠받치는 신념은 「모든 것은 상품」이라는 상업주의이다. 여기서는 초월적 가치나 인간 존엄성 같은 보편적 윤리는 소홀히 취급된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가 윤리적, 교의적인 원론적 가르침을 되풀이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여전히 그렇게 가르치려는 자세를 버리지 못한다.
문화는 문화로 대응해야 한다. 문화를 윤리나 교의로만 대응해서는 효과가 없다. 결국 교회는 대중문화에 좀더 마음을 열고 가톨리시즘에 바탕을 두되, 그들이 수용할 수 있는 문화의 언어로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가톨릭적 대중문화 비평이 이제는 시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존의 구태의연하고 권위적인 자세로 대중문화를 접근해서는 안된다. 영화를 교리교육으로 순화시키려 시도해서는 안되며, 프로 스포츠나 엔터테인먼트를 경직된 윤리적 잣대로 재단하려고만 해서도 안된다. 사실 대중문화는 교회와 종교적 가르침에는 안중에 없다. TV는 시청률에, 영화는 관객수에, 음악은 음반 판매량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대중문화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대중문화적 마인드에 문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자세는 대중문화 비평이라는 활동을 통해 보다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쏟아지는 영화, 음악, 인터넷 등등에 대해서 가톨릭적 시각에 바탕을 둔 비평활동이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가능하다.
예컨대 최고의 대중문화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 그 중에서 해리포터 시리즈나,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 등 크게 성공한 영화들에 대해 가톨릭 신자가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가? 이들 영화 안에서 종교적 메시지의 가능성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고, 심지어 성서와 그리스도교의 상징들을 대폭 차용한 영화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단지 성공한 상업영화 정도로만 여길 뿐 가톨릭의 시각에서 어떻게 볼 수 있는지를 전혀 알지 못한다.
가톨릭적 대중문화 비평의 필요성은 여기에서 나온다. 대중문화의 선정성과 폭력성을 획일적으로 비난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영화면 영화의 언어로, 음악이면 음악의 언어로 비평하고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 안에는 수많은 전문 문화인들이 있다. 이들을 적극 활용한다면 가톨릭적 대중문화 비평이 불가능하지 않다. 남은 것은 교회의 관심과 지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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