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 교회 안에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를 비롯한 다양한 기도 운동들이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아마도 신자들의 영적 요구가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와 같은 너무 많은 다양한 방법들의 제시가 오히려 단순한 우리의 기도 생활을 더 헷갈리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그러한 기도 방법들 중에는 하느님의 말씀에 전혀 기초하지 않은 방법들도 있어 잘못하면 신자들을 교회의 근본 가르침으로부터 멀어지게 할 위험도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교회안의 풍부한 영적 유산이기도 한 수도승 전통안에서 전해져 내려온 렉시오 디비나, 즉 성독(聖讀)은 복잡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어떻게 단순하게 하느님의 말씀인 성서를 읽고 묵상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요즈음 한국 교회안에서는 렉시오 디비나에 대한 다양한 개개인의 접근법들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사실 렉시오 디비나는 그러한 개개인의 접근 방법들보다도 더 오랜 역사와 풍부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수도승 전통안에서 훌륭히 꽃핀 렉시오 디비나는 수도자들의 마음을 온전히 하느님의 말씀으로 가득하게 하였고, 또한 그들을 말씀과의 인격적인 만남으로 인도하여 풍부한 영적 열매들을 가능케 하였다.
고대 수도승들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렉시오 디비나의 몇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단순성이다. 렉시오 디비나에 대한 다양한 개개인의 접근법들 중에는 그 방법이 매우 복잡하여 오히려 말씀으로부터 우리를 더 멀어지게 할 위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수도승 전통안에서 제시하는 렉시오 디비나는 매우 단순하게 하느님의 말씀에로 다가가도록 우리를 인도한다.
둘째는 순수한 마음에 대한 강조이다. 다른 성서에 대한 접근법들이 한결같이 인간의 지성을 강조하는 반면에 수도승 전통안에서의 렉시오 디비나는 순수한 마음을 특별히 강조한다. 순수한 마음으로 성서에 접근할 때 우리는 그 안에서 하느님에 대한 영적인 인식(gnosis)을 얻게 됨을 요한 가시아노(J. Cassianus)는 강조하였다.
셋째는 하느님 말씀에 대한 끊임없는 반복이다. 말씀을 끊임없이 되뇌이다 보면 일상안에서 말씀과 함께 말씀안에서 살아감이 가능하게 된다. 또한 어느날, 어느 순간 갑자기 그 말씀의 심오한 영적인 의미를 깨닫게 되기도 한다.
넷째는 수행적인 측면이다. 고대 수도승들에게 렉시오 디비나는 그냥 한번 생각날 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을 만나는 직접적인 길로써 수행적인 측면을 지녔다. 만약 우리가 수행적인 측면으로써 매일 충실히 하느님의 말씀을 렉시오 디비나 한다면, 아마도 우리의 삶은 말씀으로부터 크나큰 힘, 지혜, 그리고 통찰력을 얻게 될 것이다.
아무튼 고대나 중세의 수도승들은 렉시오 디비나의 방법을 통해서 단순하면서도 뜨겁게 그리고 열렬하게 하느님 말씀과의 합일에로 나아갔다. 수도승 전통안에서 전해준 이러한 단순하고 끊임없는 렉시오 디비나 수행은 말씀과 삶이 따로 따로 분리되어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어떻게 말씀과 삶이 분리되지 않고 통합되어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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