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맞이하는 평신도주일. 1년에 한번 이 날에는 사제가 아닌 평신자가 미사 때 강론을 하도록 허락한 유일한 날이다. 평신도가 주인인 이 날에 평신도가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평신도 스스로 함께 생각해 보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상하관계가 아닌 평행의 관점에서 말이다.
평신도는 교회의 주인이라고들 말한다. 그래서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수없이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교회의 상황은 주인들이 하나씩 집을 떠나고 있다. 주인이 집을 떠나면 그 집은 흉물스럽게 바뀌고 만다. 즉 폐가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곰곰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교회는 지금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가정의 위기가 곧 사회의 위기로 대두되면서 교회 역시 이 과정에서 벗어날 수 없는 위기에 처해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 가톨릭신자는 한국민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각 교구 본당마다 신자배가운동을 위해 다양한 선교활동에 나서고 있고, 잃은 양 찾기 운동을 펼치면서 교회를 떠난 쉬는신자를 다시 불러오는데 열성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신자는 아주 느리게 증가하는 반면 쉬는 신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청년 신자의 감소현상은 모두가 우려할 만큼 심각한 실정이다.
한국천주교는 세계 어느 교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평신도 스스로에 의해 시작됐다. 또한 수많은 순교자들이 죽음으로써 신앙을 지키고 지금 우리에게 물려준 참으로 값진 신앙이다.
그런데 이 선물을 나 혼자만 누릴 것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해야하는 소명을 받았지만 이 신앙을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잃어버리고 있다. 빼앗기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재미가 없어서, 무관심해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교회를 떠나는 이들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들에게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말과 행동은 무엇이 있겠는가. 물론 교회를 떠나는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함께 살고 있는 우리들 각자에게도 문제가 없었는지 반성해 볼일이다. 한번 떠나면 되돌아오기가 그렇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희망은 있다. 전 세계를 봐도 한국 천주교처럼 활발히 움직이는 교회가 없다. 그래서 한국을 방문하는 이들의 한결같은 대답이 활동적인 한국교회가 부럽다는 것이다.
이제 새로운 순교정신으로 영세 때 했던 맹세를 잊지 말고 새롭게 신앙생활을 해야 할 때이다. 하느님의 자녀로서 밋밋한 신앙생활에 머물 것이 아니라 좀 더 적극적인 신앙생활을 토대로 끝까지 신앙을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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