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을 찧었어요. 닫히는 유리문에 오른손 엄마 손가락 끝부분이 처참하게 짓이겨졌어요. 순식간에 손톱 끝이 퍼렇게 물들더니 아프다 어떻다 뭐 그런 느낌은 한 순간이고 거의 마비에 가까운 통증이 몸 전체를 지배하더라구요. 다음 날, 자고 일어난 손은 푸르딩딩하게 부풀었고, 성무일도 책을 들 수도 없을 만큼 아팠어요. 아야야 엄살을 피면서 설거지도 동생 수녀님한테 슬쩌기 미루었어요. 이틀 견디다 안 되겠다 싶어 병원 가서 피 뽑고 약 먹고 어떤 신자분이 가르쳐준 대로 참기름에 손 담궈서 곪으려는 독성분을 가라앉혔어요. 당연히 기도도 했죠. 예수님, 너무 아파요, 그러면서.
다행이 우려했던 것 보다는 빨리 가라앉아주었어요. 손톱을 뽑아야 한다느니, 마취 깨고 죽을 만큼 아팠다느니, 경험자들이 들려주던 무시무시한 상황은 겪지 않고 조용히 통증은 없어졌어요. 사실, 정작에 아픈 거 보다는 기도할 때나 영성체 할 때 까맣게 흉진 손톱이 부끄러워 더 마음 켕겼었어요. 어떻게 손 하나 제대로 건사 못해 흉을 남기냐, 하는 덜된 여자 같은 느낌 있잖아요.
그런데, 정말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지금부터예요. 손 찧이고 호호 입김 불며 미사 하는데, 문득 그 까맣게 상처 입은 손톱을 들여다보며, 어떤 위로가 느껴지는 거 아니겠어요? 아프지만, 기분은 괜찮다, 라고 그 위로를 맘속으로 문장화시켜보았어요.
기분은 괜찮다…좋다…아프다는 거…하느님과 교감하는 거야….
먹고 마시고 잠자고, 모든 따뜻하고 정당한 욕구들을 부드럽게 채우며 푸근하게 감사하며 살아가는 하루하루들 사이로, 이런 작고 사소한 통증 하나로 문득 어떤 다른 하나의 통로, 하느님과 내가 만나는 또 다른 하나의 채널을 발견한다는 기쁨, 잔잔한 감사, 사랑하는 그가 조용히 미미하게 손을 건네 잡는 듯이….
가끔, 지금도 검은 자줏빛으로 손틉 밑을 물들이고 있는 그 상흔을 들여다보며 히죽웃어봅니다. 하느님과 내가 사랑한 흔적이야. 하느님이 나 이쁘다고 매니큐어 발라주신 거야, 그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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