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전례력으로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는 대림 제1주일을 맞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는 가정을 위한 교서 「가정, 사랑과 생명의 터전」을 발표했다. 현재 한국 사회의 가정이 총체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음을 강조하면서 가정위기에 대한 원인과 위기 극복을 위한 교회의 사목방안을 광범위하게 집중 다루었다.
지금 한국 사회는 급속히 증가하는 낙태와 심각한 이혼율, 세계 최저 출산율 등으로 인해 가정해체와 함께 생명파괴 역시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얼굴 들기가 부끄러운 나라가 돼버렸다.
가정은 생명의 보금자리이다. 교황께서 「가정의 기본 업무는 생명에 봉사하는 것」(가정공동체)이라고 했듯이 인간생명과 가정은 결코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가정이 무너지면 생명도 무너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 강연과 프로그램들, 매스컴 등에서 가정이 중요하고 가정을 지켜야한다고 소리쳐 왔지만 지금 그 결과는 어떻게 됐는가. 그렇게 주장한대로 성과가 있는지, 아니 그렇게 하고자 노력했는지, 조금이라도 변화가 됐는지 깊이 있게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우리는 너무도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살기 위해선 바쁘게 움직여야 하고 「바쁜 것」이 행복이라는 말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바쁜 것을 핑계로 가정 안에서의 대화는 사라져 가고 있다. 부부간, 부모와 자녀간 그리고 자녀간 대화가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가정의 위기는 이 대화단절로 인해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해보자. 아무리 바쁘고 힘들더라도 전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10분만이라도 얼굴을 쳐다보는 시간을 만들자. 말은 하지 않아도 그 얼굴 속에 서로가 원하는 것, 말하고 싶은 것이 가슴에 와 닿을 것이다. 말로써 치장하는 것 보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처음부터 깊이 있는 대화나 기도하려고 하기보다 침묵 속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한다면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모습이 보일 것이다. 이렇게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고 갈 수 있고 가족에 대한 애정이 더욱 많이 쌓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가족사랑일 것이다.
가정은 저절로 지켜지지 않는다. 지키고자 노력을 해야한다. 교황께서 「인류의 미래는 가정에 달려있다」(가정공동체 86항)고 했듯이 가정이 살아야만 교회가 살고 사회가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그리스도인 가정은 사랑과 생명이 넘치는 가정이 돼야만 할 것이다. 그리스도인 가정의 원형이며 모범인 예수 마리아 요셉으로 이루어진 성가정을 본받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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