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은 특별한 하느님의 부르심(성소)이다(가정공동체 22항).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교회가 가야할 길인 인간의 길 가운데 『가정이 첫째가는 길이요 가장 중요한 길이다』(가정교서 2항)라고 말씀하셨다.
인간은 가정으로부터 나와 새로운 가정 안에서 자기 인생의 구체적인 소명을 실현한다. 하느님과 일체이신 예수께서 가정을 통하여 인류 역사 안으로 들어오셨다. 인간과 가정은 모두가 다 「교회의 길」이다.
그러므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도 가정을 「가정 교회」라고 언급하였다(교회헌장 11항 평신도 교령 11항). 그러나 급변하는 사회구조와 함께 인간행복의 원천인 가정은 자신의 역할을 상실하고 가족해체와 가정폭력이라는 위기상황이 발생되고 있다.
1998년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매년 가정폭력상담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2003년 2월 12일 여성부의 발표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전국 가정폭력상담소에 접수된 가정폭력 상담건수는 1999년 4만1497건에서 2000년 7만5723건, 2001년 11만4612건 등 매년 50%이상의 큰 폭으로 늘어났다. 가정폭력은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폭력으로 행위자와 피해자가 서로 소중해야 할 한 가족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가정폭력은 오랫동안 외부로 노출되기 어려운 상태에서 상습적?지속적?주기적으로 반복되고 더욱이 세대간 세습화되면서 그 심각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가정폭력의 근절은 가족중 어느 한 사람의 사망이나 살인이 발생하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는 「가족사」로 인식되어 결코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단순히 한 가정의 비극으로 치부되어 왔다.
그러나 가족내 폭력은 가족내 지위와 사회화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가부장제도의 권위의 모형은 위계적이며 권위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다. 남성은 가정의 머리이며 그 역할을 행사할 「권리」를 강화하도록 사회화된다. 남성은 지배하도록, 여성은 종속되도록 키워지고 있어 폭력을 정당화시킨다.
최근의 연구사례를 통해 보면 민주적인 가정의 아내폭행이 2%라면 남편이 군림하는 가정에서는 20%가 넘고 있다고 한다. 평등한 가정에서는 폭력이 훨씬 적다는 것이 나타났다. 위계적인 불평등한 가정은 그 영향이 전 가족에게 나타난다. 남편이 아내를 구타하면 아내는 남편이 두려워 참고 있을 수는 있지만 그대신 그녀는 아이들을 때릴 것이고, 그 자녀들은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을 때릴 것이기에 전반적인 사회 문제가 된다.
가정폭력은 세대전이가 이루어지는데 그들의 자녀들은 부모와 비슷한 결혼 관계를 유지한다. 엄마의 잔소리를 싫어했지만 똑같이 반복하고 있는 딸, 폭력적인 아버지를 미워했던 아들이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모습을 들 수 있다. 폭력가정에서 성장한 사람은 자신의 소중한 존재가치를 깨닫지 못하기에 낮은 자존감이 형성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불안하다. 자신에 대한 평가가 낮으므로 자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자주 침울하다. 대인관계와 의사소통이 어려우며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기에 분노를 사용하며 작은 지적에도 화를 내고 남들과 싸운다. 남의 일에 헌신적으로 나서지만 자신이나 가족은 돌보지 않는다.
반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원만하다. 타인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스스로 결정한다. 배우자와 자신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수용한다. 의견이 달라도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기에 그것 때문에 상처받지 않고 원만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자신과 타인을 신뢰하고 긍정적이며 희망적이고 모든 일에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다.
폭력이 없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신의 있는 모습을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며, 배우자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 사랑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 모습을 수용하고 존중하면서 상대방이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다. 전반적인 부부생활의 관계 관념을 위계적인 관계에서 평등한 관계로, 종속과 지배에서 해방의 관계로 바꾸어 우리 사회의 신념체계를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결혼생활의 성공은 『나는 너를 더욱 가능성 있게 만들고, 너는 나를 더욱 가능성 있게 만들며, 나는 우리를 더욱 가능성 있게 만들고, 너는 우리를 더욱 가능성 있게 만들며, 또한 우리는 각자를 가능성 있게 만들 때』(Satir, 아름다운 가족)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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