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의 인권주일은 하느님 모습대로 창조된 인간의 존엄성이 유린당하고 하느님에게서 부여받은 권리가 짓밟히는 현실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면서 인권을 침해당한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하느님의 정의를 선포, 실천코자 제정된 것이다.
1982년 첫 인권주일이 기념된 후 올해로 23회째 인권주일을 맞고 있는 가운데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담화문을 통해 특별히 「인간 존엄성 수호와 사랑의 문화」를 강조하고 있다.
담화문에서도 밝히고 있듯 2004년 인권주일은 『현대의 가난한 이들과 고통에 신음하는 모든 사람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번뇌는 바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도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번뇌』라고 천명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폐막 40주년을 앞두고 있다는 면에서 더욱 그 의미를 깊이 새겨 보아야할 시기인 것 같다.
IMF 환란 때 보다 깊은 시름에 잠기게 하고 있는 짙은 불황 속에서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최저 생계 수준, 주거 기준에도 못미치는 형편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이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고, 또한 외국인 이주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인권 문제 역시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심각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환경을 볼 때 그렇다.
점차 증가하는 탈북자들과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도 우리가 껴안아야할 몫이며 무엇보다 여전히 침묵 가운데 죽어가는 수없이 많은 낙태아들의 생명은 인권주일을 맞아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간 존엄성 수호와 사랑의 문화 건설은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향기로서 무엇보다 앞서 실천해 가야할 내용이고 생명의 보루인 교회가 보여야 할 결코 변할 수 없는 직무다.
크고 작은 인권침해가 끊이지 않고 있는 한국 사회안에서 교회는 지속적으로 다양한 방면에서 인권 옹호 노력을 펼쳐왔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제는 그러한 노력이 좀 더 구체적으로, 작은 단위로 교회 내에 파급돼야 할 것 같다.
교구나 본당 단위의 「생명 31운동」 활성화를 통한 생명 수호 노력이라든지 소외 계층을 위한 본당 소공동체들의 활동이 활발해져서 말로만 듣는 인권주일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삶의 현장에서 펼쳐지는 인권주일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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