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곧 발효된다. 이 법은 애초 생명 수호의 취지를 지니고 있었지만 일부 생명과학자들의 이기심과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정부 정책의 환상적인 조화로 결국 「생명윤리법」이 아니라 「생명과학?산업 진흥법」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정부는 법이 발효되기도 전에, 그 법에 따른 최소한의 심의 과정 조차 거치지 않은 채, 한 「스타급」 생명과학자에게 무려 265억원이나 되는 연구비를 지원했다. 그 부당성을 지적하고, 생명 수호의 기치를 높이 들어 생명윤리법 개정과 비윤리적인 연구 중단을 촉구하는 것은 교회의 당연한 의무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의료계와 과학계에 포진하고 있는 수많은 신자 의학자, 과학자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생명과학자들이 인간 배아 실험으로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더욱이 그 악행에 대해 비난받기보다는 오히려 칭송받고 막대한 정부 지원을 얻어내는 동안에 우리 가톨릭 신자 과학자들과 의학자들은 왜 숨죽이고 있는가?
우리는 생명윤리법의 입법 과정이나, 또는 인간 배아 복제 실험을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에 생명 수호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 가운데 신자 과학자들과 의학자들을 거의 볼 수 없었다.
고도의 전문성을 띨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날 생명윤리 문제이다. 교회에서 볼 때, 생명과학계의 「문제아」들은 높은 전문적 식견을 바탕으로, 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생명운동가들의 주장을 일축하기 일쑤였으며 고도의 언론 플레이를 통해 마치 종교계가 불치병, 난치병 치료의 걸림돌인 듯 여론을 호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신자 과학자와 의학자들의 도움과 지원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연 이들은 얼마나 자신들의 전문 지식을 교회의 가르침에 맞게 사용하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자신들의 소명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는가?
이제 상황은 매우 급박하다. 윤리적 논쟁으로 한때 주춤했던 생명과학의 맹목적인 연구와 실험이 본격적으로 재개됐을 뿐만 아니라 더 왕성하게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면죄부를 줄 생명윤리법 역시 곧 발효된다. 「죽음의 문화」가 횡행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다.
어떤 이유에서라도, 가톨릭 신자 의학자, 과학자들이 더 이상 수수방관하지 말고 한 목소리를 내어주길 바란다. 교회는, 그리고 인간 생명은 이들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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