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교중 미사. 많은 신자들 앞에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가난한 성당에 초대된 성악가는 「아베마리아」를 비롯하여 주옥같은 성가들을 부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눈같은 것이 내리기 시작했다. 「잉? 이거 무슨 눈이야」하며 다시 보았을 때 눈(雪)이 아닌 성당 꼭대기 공사현장에 쌓인 먼지들이 겨울바람에 아직 막지 못한 창문으로 쏟아진 것이다. 반주를 하는 꼬마 녀석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신자인 성악가는 손짓을 하며 제발 일어서지 말고 계속 반주를 하도록 손짓하였다.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이들이 다시 아름다운 성가를 부르는데, 이번에는 난데없이 큰 뭉치의 상자가 위에서 휭 날아오더니 제대 앞으로 떨어진 것이다. 모든 신자들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무슨 난리야?」 다름아닌 빈 우유곽이었다. 아니, 어디서 온 것이지! 적막하게 숨죽이며 성가를 듣는데 우유곽이 역시 유리를 아직 달지 못한 장미창으로 들어온 것이다. 밖에는 바람이 무척이나 많이 부는 모양이다.
성악가는 아연실색했지만, 나는 순간 「하느님, 이왕 내려주실려면 먼지 대신 쌀가루를 내려주시고, 우유곽 대신 돈뭉치라도 내려주셔야지, 이게 뭡니까! 이 추운 겨울, 우리 가난한 성당 할아버지 할머니들 겨우살이도 해야 하고, 성전도 지어가야 하는데…」라고 마음 속으로 하소연하였다. 무사히 성가는 끝났고, 성악가는 이마의 땀을 훔쳤다.
돈이 없어 빚도 빚이지만, 더 많은 빚들이 무서워서 공사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달지 않은 출입문과 좌우의 창에서는 차가운 바람이 쌩쌩 불어온다. 나는 두꺼운 제의를 입고 있어 추위도 아랑곳없이 거룩함에 빠져 미사를 봉헌하지만, 가난한 우리 노인신자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추위를 이기며 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언제 우리의 집이 보다 거룩하게 지어지고, 또 빚은 갚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막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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