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밖 마당에서는 시끌벅적한 소리로 아침잠을 깨운다.
추워서 몇 번이고 깨곤 하다 간신히 든 잠인데 신자들의 노크 소리에 눈을 비비며 창고 열쇠를 건내준다.
「참, 나도 할 일이 있지!」 몇 군데에 보내야 할 원고를 쓰야 하고, 성전 건축은 건축대로 정신이 없다.
한 참을 일하고서 밖에 나오니 일부신자들은 아직도 물건을 싣고 있고, 배웅 나온 신자들은 추위에 몸을 움츠린 채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나눈다.
오늘은 서울 가는 날이다. 서울 어느 본당에서 성전 건립에 도움을 주겠다며 우리를 초대한 것이다. 그래 이른 아침부터 모인 것이다. 나는 이럴 때면 떠날 신자들과 배웅나온 신자들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아직도 참빗을 고집하는 할머니들은 낡은 경대 앞에서 곱게 머리를 빗고 화장을 하며, 말끔한 옷차림으로 단장하고 나온다. 마치 「국민학생」 때 수학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다. 이분들이 서울에 가실 분들이다. 성전 건축에 함께 한다며 당신들이 만든 투박한 상품들도 가지고 온다. 할머니들의 얼굴이 참 예쁘다. 당신들도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그래 나에게 자꾸만 눈길을 준다. 화장을 한다고 어찌 주름을 감출 수 있겠으며, 어설픈 화장 자국 또한 숨길 수 있으랴마는 그래도 예쁘고 행복해 보인다. 삶의 아름다움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7시간을 도로에서 보내며 서울에 올라와 성당에 들어선다. 성당에서는 무슨 큰 손님이라도 온 듯 관리장님이 나와서 이것 저것을 나른다. 사무실이 바쁘다. 세련된 화장에 곱게 한복을 입은 도시의 신자도 촌스러운 우리 앞을 지나치지 않고 따스한 손길로 앞다투어 도와준다.
우리는 빚을 진 것이다. 성전을 힘겹게 짓고 있는 지금이지만, 어떠한 형태로든지 우리가 받는 사랑과 나눔을 「오늘」 나누어야 하는 빚으로 머무는 것이다. 할머니들은 이곳에 와서 영혼의 화장을 또 배우고 간다. 그리운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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