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성당을 짓는 공사판의 나날이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지나온 길을 뒤돌아본다.
다가오는 뭇사람 가운데 하나인 우리를 따뜻한 사랑으로 받아준 신부님들과 신자들, 비록 사목일정 때문에 받아주지는 못했지만 우리의 아픔에 함께 울어주었던 신부님들도 계셨다.
당신들도 가난하면서 꼼꼼히 모은 돈을 비닐 봉투에 싸오던 할머니, 공사 중인 성당에서 작업복을 입은 내가 신부인줄도 모르고 힘들어 하는 우리 신자들 앞에서 「벌교 성당은 신자들의 것이 아니라 벌교 것」이라며 큰 소리를 치던 마을 사람, 빚쟁이가 되어 전화를 받지 못한 부끄러운 나의 순간들, 한 순간 한 시간들이 파노라마로 다가온다.
모두가 눈물겹도록 하느님께 간구하며 성전이 빨리 지어지기를 기도하고 도움을 준 그분들이다.
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찾아오면 한밤중이라도 야식집에서 가져온 조기 매운탕에 소주잔을 기울일 수 있어 좋다. 얘기가 길어지면 휴대용 가스렌지에 몇 번이고 물을 부으며 국물을 우려내곤 한다. 양념거리는 어느새 불쌍한 내가 되어버리고, 추위를 잊은 채 날을 샐 때도 있다. 그리고 어느 때는 이 좁은 공간에 두 세 명이서 포개어 자곤 한다.
아침이 되면 함께 잔 손님들이 거울을 찾곤 하지만, 좁은 공간이라 걸어둘 곳이 없어 준비하지 못한 내가 민망할 때도 있다. 하지만, 못생긴 내 얼굴에는 거울이 없어 좋다. 그러나 언젠가 흙으로 돌아갈 자신이기에 치장을 하면 또 얼마나 아름답게 할 수나 있겠는가. 바로 이분들의 나눔이 곧 하느님의 거울에 비치는 아름다움인데 말이다.
오늘 아기 예수님은 우리 공동체 어디로 오실까.
아기 예수님은 오늘 비록 가난하지만, 은인들의 나눔이 구유가 되어 우리에게 오시고 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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